책을 열면 톤다운 된 노랑, 주황, 갈색의 나뭇잎들이 가을 분위기를 한껏 풍깁니다. 그리고 두 친구의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겨울의 회색빛이 더해갑니다. 마치 계절이 바뀌는 것이 아쉬운 여우의 붉은 털과 겨울잠을 자야 하는 회색 쥐의 털처럼. 하지만 결코 어두운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이제 잠들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대화들도 우리의 마음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줍니다. 친구가 잠들지 못하도록 계속 간지럽혀 볼까 고민하다가 올해는 겨울잠을 안 자도 되냐고 능청스럽게 묻는 로쏘, 그리고 친구의 물음에 졸음을 참으며 대답하는 퀴크. 두 친구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안심하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메시지는 한국어판에만 추가된 문장입니다. 우리가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메시지는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자신만의 약속을 넣어 보세요. 예를 들어 “내일 아침에 만나”는 어떨까요. 아니면 “꿈속에서 만나면 꼭 안아줄게”라든가.
『잠들기 전에 약속할게』는 우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놀 때만 친구라면 좀 슬프겠지요.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잠시 혹은 오랫동안 헤어져야 할 때도 있고 양보와 인내심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련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슬픔이나 곤경 속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거기에 내가 있을게’라는 믿음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든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온화하며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책속의 차분한 색감이 다가오는 겨울의 회색과 대비되어 여우의 밝은 털색을 돋보이게 합니다. 동면쥐의 말들은 친구를 위한 다정함과 사랑을 가득 담고 있으며 두 친구의 행동은 독자들에게 평온을 느끼게 합니다. 우정과 이별, 상실의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