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아닌 물고기가
물고기일 수 있을까
한편, 로봇 물고기 RF 1-9는 물고기라면 으레 아는 것을 모릅니다.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다른 물고기들처럼 태풍이 오는 것을 미리 감지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점점, 그런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모기송사리 떼를 쫓는 일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집니다. 뜯어도 뜯기지 않는 단단한 피부는 다른 물고기들의 연약한 피부보다 왠지 더 초라한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로봇 물고기만이 아닌가 봅니다. 모기송사리들도 더는 물고기 같지 않은 물고기, 로봇 물고기 RF1-9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제 로봇 물고기는 자기가 아닌 다른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 살아 있다는 건 먹고 먹히는 일이란 걸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한입에 RF1-9를 삼키려는 메기를 피해 물길을 정신없이 헤치며 도망치다, 나침반이 되어 주던 위치 신호마저 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RF1-9는 망망대해 위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작은 돛단배처럼 막막합니다. 눈앞에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주던 숫자와 데이터와 시스템이 아니라, 오직 맨몸과 발가벗은 마음으로 마주할 새로운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세계는 때로는 무섭도록 살 떨리는 세계이지만, 동시에 물고기의 연약한 피부처럼 ‘살아 있는’ 세계입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나’가 뭔데? 도대체 너, 뭐야?” RF1-9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_본문 40쪽
지켜주고 지킴받는 도돌이표
그때, RF 1-9는 물풀에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다른 로봇 물고기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자신처럼 ‘이상한’ 물고기를 처음 만난 RF1-9는 그 존재가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친구를 구해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지느러미를 흔들고 몸을 비틀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느새 RF1-9의 몸까지 휘감은 물풀은 점점 더 몸을 옥죄어 옵니다. 낯설고도 친숙한 존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