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숨은,
죽은 임금님의 것이 아니에요
온전히 제 것입니다”
12살 소녀 달이는 대가야의 토기장이 연조와 신라인 신녀 모단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가야국은 팽창하는 백제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신라와 결혼동맹을 맺는다. 모단은 왕비를 따라 대가야로 온 신라인 시녀였으나 이후 신열을 앓고 대가야국을 세운 여신, 정견모주를 모시는 신녀가 되었다.
신라인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금곡 대비는 노골적으로 신라의 풍속을 금지하고 어긴 자는 가혹하게 처벌했다. 모단은 자리를 보전하고 누운 왕비의 건강과 두 나라의 화합을 기원하며 신라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이 사실이 발각되어 죽음을 맞는다.
결국 두 나라 사이의 동맹이 깨어지고, 신라는 왕비에게 고국으로 돌아올 것을 명한다. 우륵이 서글프게 가야금을 뜯는 가운데 월광 태자는 어머니와 눈물로 이별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뇌왕이 운명하고 달이는 순장 대상자가 된다.
죽음이 순간이 다가왔다. 달빛 능선의 어두운 먹구름 아래, 깊게 판 흙구덩이 앞에 선 달이는 모단이 만든 토령을 손에 꼭 쥐고 정견모주께 살려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이상하게도 방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며 달이는 금곡 대비와 월광 태자 앞으로 달려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지 못한 말을 쏟아낸다.
“살고 싶어요! 돌아가신 임금님의 새 나라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회천 강가와 주산을 마음껏 뛰고 싶어요. 모든 대가야의 아이들이 그러하듯이요. 대비님, 저는 이제 겨우 열두 살이에요. 아직 죽기에는 일러요.”
『삼국사기』 지리지 편에 따르면 경북 고령 지역 대가야국은 16대 520년간 존속했다고 한다. 6세기 중엽, 백제의 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대가야의 이뇌왕은 신라와 결혼 동맹을 맺는다. 신라는 이찬 비조부의 누이를 100여 명의 시종과 함께 시집보냈으나 왕비를 보필하는 시종들이 신라의 옷을 입은 일로 문제가 생긴다. 신라군은 파혼의 보복으로 몇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