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호락호락
팔랑귀의 자존감
꼰대 고딩
덩칫값
수식어의 덫
의미심장
호락호락
지다
두고 내린 것들
롤 모델
최초의 칭찬
바람 효과
우주 유일의 나
모퉁이
별도의 진도
다용도 인생
내가 좀 예쁜 날
2부 사분음표와 팔분음표가 사방팔방
고맙다는 말
슬기로운 준기 사용법
괄호
사랑의 범위
틈바구니
아리티콘
괭이밥꽃
까마귀의 프리스타일 랩
수면 바지
누런 봉투
꽃다지
귀한 웃음
사분음표와 팔분음표가 사방팔방
들어 준다는 것
비행 청소년
3부 삐딱선의 미학
아침 달
엄마
콩나물해장국
따뜻한 아이스카페라테
휘게
자아 성찰
잡담 월드 초대장
삐딱선의 미학
궁리주의자
빨간 약
대한민국 청소년의 현주소
부적절한 예
꿈꾸는 기술
시간표 단상
사각사각
전복의 시간
엄청나게 시끄러운 시험 시간
4부 후투티가 건넨 말
러버 콘 되어 주기
후투티가 건넨 말
선을 넘었다
전쟁 온 에어
우리말에 대한 고찰
지구의 중심
떨켜
퇴출 영순위 사자성어
반달
금사빠 증후군
멘탈 보호 해시태그
단풍 1
단풍 2
추락하는 것에도 별은 반짝인다
악몽과의 한판 승부
바벨을 든다는 것
발문
시인의 말
자신을 옭아매는 수식어를 거부하는 열일곱의 오색찬란한 목소리
『송아리는 아리송』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리송한 시집이다. ‘아리송함’은 시집을 이끌어 가는 화자이자 “내 이름은 송아리/별명은 아리송”인 열일곱 여고생 ‘송아리’의 별명을 가리킨다. 송아리는 선생님에게 “야자 시간만이라도//야자/타임”(「전복의 시간」을 하자고 제안할 만큼 발랄한 청소년이다. 한때 “역도 꿈나무 제2의 장미란이라는 소리”(「고맙다는 말」까지 들었으나 허리 부상으로 그만둔 아픈 사연이 있다. 그래도 “인생의 쓴맛을 좀 봤으니/단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바벨을 든다는 것」 거라며 긍정의 마음을 다져 나가는 낙천적인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사람들이 “덩칫값 좀 하라고” 핀잔을 줘도 작디작은 무당벌레를 보면서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잔정을 뿌려 주는 것”(「덩칫값」이 ‘진정한 덩칫값’이라고 생각하는 속 깊은 모습도 있다. 시인은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송아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주면서 청소년을 쉽게 단정 짓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한다.
저더러 털털한 애라고 못 박지 마세요
그딴 수식어에 갇히기 싫어요
대체로 대책 없고 단순 무식해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결이 무수한 아이랍니다
웬만하면 허허 웃어넘기는 편이지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한테
버럭 불을 내뿜기도 하고
내숭 떤다며 코웃음 칠지 모르지만
공포 영화 볼 때 무서워 비명 질러요
한 조각 남은 피자 앞에서는 헐크가 되기도 하지만
힘없이 엎드려 우는 길냥이를 보면
배고픈가 싶어 먹던 거 쪼개 주기도 해요
송곳처럼 날카롭거나
살얼음처럼 예민할 때도 있어요
벚꽃 날리면 로맨틱해지고요
비가 오면 센티해져요
그럴 때 툭 건드리면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고요
관종 짓 하다가도 낙엽 지면
온몸에 우수수 우수가 떨어져
고요히 가라앉는 순간이 와요
어떤 날은 곱게 물든 단풍잎을 책갈피에 끼워 두고
함박눈이 내리면 좋아서 팔짝팔짝 뛰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