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의 순박함과 무던함에 빠져들다
오늘날 우리에게 옹기는 어떤 존재일까? 누군가는 옹기를 직접 사용해 보았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푸근한 대상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그릇이거나 예스러운 장식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대부터 옹기를 사용해 왔고, 옹기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기본이 되는 생활 용기였다. 장독대에 나란히 늘어선 항아리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담겨 있었고, 땅속에 묻은 독에는 김치를 저장했다. 곡식이나 젓갈, 술 등을 보관하거나 약을 달이고 떡을 찔 때도 옹기를 사용했다. 그 밖에 향로, 뚝배기, 굴뚝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서 활용된 옹기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자연에서 구한 흙으로 빚어 구워 만든 옹기는 자연과 닮은 꾸밈없는 모습으로 우리 주변 한편에 자리 잡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도예가 조정현은 순박하고 무던한 옹기의 심성에 스며들어 실제로 쓰이고 있던 일상 속 옹기들을 찾아 사진에 담고 기록으로 남겼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용도, 지역, 기후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빛깔을 지닌 옹기들의 모습은 물론, 지금은 볼 수 없는 1980년대의 주변 풍경까지 담겨 있어, 한국의 도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도예가 조정현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옹기를 주제로 하여 다양한 도자 소품을 제작하였다. 그가 갖가지 옹기들과 만나면서 느꼈던 감흥이 작품에 그대로 투입되어 바라보고 있으면 따스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도자 역사의 재정립과 옹기 문화 보존의 필요성
예부터 옹기는 보편적인 생활 용기로 흔하게 공급되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중요성과 가치를 잊고 무심하게 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옹기는 점차 가볍고 다루기 쉬운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그릇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로 바뀌어 가면서 조금씩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