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니라 역사적인 흐름 속에 재인식되어야 할 작품
국내에서 지금까지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들은 아동용 또는 추리 과정, 재치와 기지로 사건을 풀어가는 독특한 주인공만을 살린 축약판으로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원래 이 작품에서 그려진 인물군상과 그 시대적 배경, 인간에 대한 이해 등은 기존의 국내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다. 셜록 홈즈가 활약한 시대는 서구에서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통해 근대 사회가 성립되고 현대 사회로 넘어오기 직전인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영국이다. 네 장편들 중 「주홍색 연구」는 미국 모르몬교도가 프로테스탄트들의 박해를 피해 현재 모르몬교의 본산인 유타 주로 이동, 건립하던 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네 사람의 서명』은 영국이 인도에 세웠던 제국주의 시대의 상징인 동인도회사의 폭정에 거부하여 일어난 세포이 항쟁을 배경으로 했다. 또한 『공포의 계곡』에서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법과 행정이 확립되기 전 집단적인 폭력으로 사회를 장악한 갱단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셜록 홈즈는 “한밤중에 황야로 나가면 죽는다”는 바스커빌 가문의 오래된 전설과 미신에 대립한다.
즉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추리 과정과 사건 해결 과정을 통해 격변의 세계사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 시대와 달리 증거에 입각하여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경찰사법제도의 확립과 민주적인 재판 과정이라는 정치, 사회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관찰과 추리’라는 무기를 통해 이성의 힘으로 초자연적인 또는 미신적인 것들과 싸우는 정신세계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허구의 캐릭터이자 가장 유명한 추리 소설 시리즈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물인 만큼, 셜록 홈즈란 캐릭터 역시 단순하지 않다. 황금가지에서 최초로 완역본을 출간하기 전까지, 홈즈는 그저 탐정의 대명사이자 어린이들이나 읽는 탐정 소설의 완벽한 탐정상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약물과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