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탄생한 이야기
남루한 행색에 갈 곳 없어 멍한 시선으로 거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본 적 있을 것입니다. 빈곤의 민낯을 마주한 그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불쌍하다거나 게으른 사람일 거라는 생각, 회피하고 싶다거나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그러나 빈곤 문제는 엄연히 ‘우리’가 속한 사회 문제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돌아가지 않고』는 도시 빈민을 보고 불편함과 슬픔을 느끼는 아이의 변화 과정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매일 같은 길로 학교에 가는 아이는 학교 바로 옆, 빵집 앞에 앉아 있는 아줌마와 그 품 안의 작은 아기를 마주칩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마음이 불편해 딴 데를 쳐다봅니다. 어디론가 숨고 싶어서 눈을 감아 버리기도 하지요. 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수를 세면서요. 그러면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편으로 아이는 슬픔에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아기를 따뜻한 곳에 눕혀서 토닥토닥해 주고 싶고, 아기 엄마에게는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요. 그러나 차마 그럴 용기는 없습니다. 여린 마음에 종종 소리 없이 우는 아이를 엄마는 꼭 안아 줍니다.
똑같은 길, 똑같은 불편함, 똑같은 슬픔.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 무력해진 아이는 자신을 아주 작은 존재로 느낍니다. 그때 엄마의 한마디가 아이의 심경을 움직입니다.
“우리가 다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한 번의 미소, 한 번의 눈길, 아주 작은 행동이어도 괜찮아. 그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아.”
아이는 비로소 방법을 찾습니다. 이번에는 모자를 벗고, 고개를 똑바로 들어 늘 가던 길로 향합니다. 돌아가지 않고요. 과연 아이가 찾은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참 아이다운 접근 방식,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는 가슴 뭉클한 만남의 순간을 『돌아가지 않고』에서 확인해 보세요.
진한 여운의 글과 그림으로 만나는 ‘연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