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47분, 한 소년이 현관을 뛰쳐나와 후다다닥 달리기 시작한다. 늦잠을 잤단다. 등교 시간까지는 이제 13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늦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된다. 오늘만큼은 절대로 늦어서는 안 될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다. 흙바람을 일으키고 꽃잎을 휘날리며 거의 날다시피 학교로 향한다. 오늘만큼은 무조건 8시 안에 도착해야 하므로!
훌쩍 뛰어넘고 살금살금 도망치며 우다다다 달리는 등굣길
박진감 백 퍼센트, 경쾌한 힘이 넘쳐흐르는 13분간의 이야기
이제 막 뛰어나온 소년의 뒷모습을 포착한 첫 번째 장면을 넘기면, 바로 다음 장에서는 있는 힘껏 달리고 있는 소년의 다부진 얼굴이 펼침면을 가득 채우며 프로필로 등장한다. 아래로는 『학교에 늦겠어』라는 제목자가 밑부분이 조금씩 잘린 채 박혀 있다. 타이틀이 화면 안으로 미처 다 들어오기도 전에 질주는 시작된 것이다. 글자마저 내달리는 강렬한 속표지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서막을 알린 후 다음 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건 바람을 가르는 소년의 뜀박질. 소년이 지나는 자리마다 흙먼지가 날리고 꽃줄기가 휘청인다.
물론 멈춰야 할 때도 있었다.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생긴 물웅덩이에 악어가 있다는 걸 알아챘을 때, 담벼락을 넘을 만큼 거대한 개들이 나타났을 때(당연히 목줄을 잘 매고 반려인과 짝을 지어 평화로이 산책할 뿐이었지만, 꿀렁거리며 꼬일 대로 꼬이다 아예 미로가 돼 버린 육교 앞에 섰을 때! 평범한 등굣길이 기나긴 모험의 여정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당황할 틈조차 없다. 땀을 닦아 낼 시간도 아깝다. 훌쩍 뛰어넘고, 살금살금 달아나며, 눈앞의 방해물들을 전부 다 헤쳐가야 한다. 정말로 오늘만큼은, 무조건 8시 안에 도착해야 하므로!
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땡……
세상 시끄럽고 초조한 클라이맥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찻길에서의 기다림
예상치 못한 온갖 관문을 지나고 곧 도착할 거라 기대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됐다. 이번에는 기차가 요란스럽게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