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삐리리리 삐리리리”
미나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잠깐 멈췄던 알람이 다시 울리자 얼굴을 찡그리고 귀를 막았습니다. 10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엄마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귀찮았습니다. 온몸에 기운이 빠진 것만 같았습니다. 며칠 동안 이런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울컥 슬픔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미나는 자신이 폭풍우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조각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곧이어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계속해서 울렸습니다. 미나는 가까스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확인했습니다.
미나야 일어났니? 씻고 있나?
얼른 준비하고 학교 가야지.
이젠 너 스스로 해야 돼.
할머니가 안 계시니 알아서 준비해야지.
할머니라는 말에 벌떡 일어난 미나는 거칠게 핸드폰 화면을 꺼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허공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알았다고! 알았다고요!”
엄마의 문자에 자기도 모르게 울컥 화가 났습니다. 그냥 일어나라고 하면 될 것을, 할머니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나는 아직도 할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납니다. 할머니가 계셨다면 알람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깨워 주시고, 아침상을 차려 주시고, 옆에서 이것저것 골고루 먹으라며 다정한 말을 건넸겠지요. 미나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습니다.
밥은 밥솥에 국은 냄비에!
귀찮아도 아침 꼭 챙겨 먹기.
입맛 없으면 뭐라도 먹을 것!
식탁에 엄마의 메모가 놓여 있었습니다. 급하게 나가면서 쓴 것 같았습니다. 미나는 국을 데우려다가 우유를 꺼냈습니다. 시리얼을 넣고 한 입 먹었는데 평소 먹던 맛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만 같았습니다. 몇 숟가락 더 먹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 「잃어버린 느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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