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윙Wing, 나를 있게 한 우리의 기록 5
1. 여성과 집
쉼터는 집이 될 수 있을까? 17
할머니와 아버지 24
윙 어때요? 29
가족이라는 굴레 39
다양한 주거권의 실험 45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집 50
맨얼굴로 만난 복지 58
쉼터를 떠나며 66
2. 여성과 공부
한계 없는 배움을 꿈꾸며 73
내 인생의 작은 수첩 8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빵보다 장미이다 90
현장과 인문학의 낯선 만남 96
몸과 만나는 시간 103
나를 위한 밥상 108
일상보다 위대한 혁명은 없다 115
3. 여성과 일
사장님이 되었어요 123
우리도 카페 하자! 130
정직한 손작업 140
카메라를 타고 날자 149
10대들과 함께 일하기 158
일은 삶의 척추다 166
우리는 계속 꿈꾸고 춤출 거예요! 174
4. 여성과 우정
그리운 나의 언니들에게 185
함께 걷는 길 191
우리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198
제 이름을 찾았어요 202
엄마의 편지 206
혼잣말로 전하는 안부 인사 212
서로의 비빌 언덕 217
나가며 | 함께한 이들, 함께한 시간 224
우리는 쉼터를 떠났다: 시설 너머의 삶을 꿈꾸며
“겨우 생존을 유지하는 삶이 아닌 다른 가능성으로 꿈틀대는 삶을 살아보자고. 그렇게 우리는 쉼터를 떠났다.”
윙은 1953년 설립된 데레사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여성사회복지단체다. 자녀 셋을 홀로 키우던 싱글맘이었던 백수남 할머니는 한국전쟁 직후 홀로된 어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데레사원을 설립했다. 전쟁의 상흔이 걷히며 산업화 시대에 접어든 1960년대 무렵부터는 일을 찾아 상경한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안전한 주거와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사업에 집중했다. 이런 직업보도사업을 기반으로 1976년 사회복지법인 은성원으로 체제를 개편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윙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주력하는 여느 복지단체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윙이 독특한 실험에 뛰어든 것은 2000년대에 들어 반성매매 운동을 시작하면서였다. 윙의 70년 여정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든 최정은 윙 대표는 자신의 할머니였던 백수남 은성원장의 가업을 이어받으면서도 복지단체와 거기 머무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자신의 숙제였다고 털어놓는다. “나는 윙이 가족이 운영하는 복지법인에 대한 선입견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세상의 편견 모두에 당당히 맞서고 끝내 그것들을 깨부수길 바랐다.”
세간의 편견에 맞서는 일은 곧 전형적이고 관습적인 ‘복지의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은성원의 실무자로 일을 시작한 최정은 대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은성원이 주력해온 쉼터였다. 그는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거주 공간이 쉼터라는 ‘시설’이 아닌 자신만의 아늑한 ‘집’임을 절감했다. 쉼터는 긴급한 주거 지원과 쉼, 회복을 제공하며 위기 상황에 처한 피해여성들을 보호해주었지만, 그들에게 살아가는 방법까지 알려주진 못했다. 타인의 삶이 양해 없이 수시로 공유되고, 혼자만의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 한계도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윙의 쉼터는 ‘가족적 돌봄’의 구조를 재생산하는 방식에 기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