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_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1부 귀한 딸을 위한 노래
귀하디귀한 우리 여아
글 배우는 귀녀
죽고 없는 아내를 대신하여, 아버지가 딸에게
그리운 아내, 남겨진 딸자식
딸에게 주는 경계의 말
아버지가 널 키울 적에
시집간 딸을 그리워하며
귀녀에서 부녀로의 꿈과 욕망
파혼을 권하는 오빠, 파혼을 거부하는 부녀
부녀, 부자가 되기로 결심하다
2부 세상 밖으로
변화를 마주한 여성들
가사, 구여성의 목소리를 세상으로
시골 여자는 무엇이 그리 서러웠을까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 주체의 등장
시골 여성의 억울함은 여성 모두의 문제
신문물에 대한 구여성의 냉소
신여성, 가사로 근대 서울을 묘사하다
근대의 낯선 풍경, 그저 바라보고 기록할 뿐
3부 독립을 위한 열망은 남자와 다르지 않다
독립을 위해 이주하는 여성들
만주로 가는 길, 고생길의 시작
가족의 정으로 고단한 삶을 견디며
독립에 대한 여성들의 열망
4부 우리들의 연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 여성들의 시집가기
시댁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
여성을 위로하는 여성들
시집살이에 대한 여성들끼리의 공감
여성의 존재감, 시댁의 일원 되기
눈 오는 날 봄바람 같은 친정 나들이
노래 지어 위로받고
노래로 대신한 바깥나들이
규방가사, 세계적으로 희소한 전근대 여성 문학
안방 속 여성들이 기록한 생생한 일상
규방가사(혹은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 여성들이 쓴 한글 문학을 말한다.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없고, 글을 배워도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다. 당시 여성의 역할은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길쌈과 바느질 같은 집안일에 힘쓰고 시부모를 봉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은 허랑하게 글을 지어 퍼트려서는 아니 되니”라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읽고 여성들이 있었다.
여성들은 자신의 삶과 생각을 4음보 운율에 담긴 가사에 담담하게 풀어냈다. 가사를 지어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사연을 풀어내기도 하고, 마음 아픈 이를 위로하기도 했다. 규방가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생하고 솔직했다. 여성들은 공감하는 가사를 베껴 쓰거나 고쳐 쓰면서 널리 퍼뜨렸다. 꾸밈없고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성찰한 규방가사 덕분에 우리는 전근대 시기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의 기쁨과 슬픔, 꿈과 좌절은 무엇인지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이전에 여성이 주체가 되어 문학을 발전시킨 사례는 세계사에서도 매우 드물다. “특히 18~20세기 동아시아 남성중심주의 문화권에서 여성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문학 활동은 18세기 서구에서 벌어진 여성 참정권 운동과 비견된다. 서구 여성과 방식은 다르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동아시아 여성들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글로 증언하며 주체성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다.”_‘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러한 이유로 규방가사는 2022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되었다. 이처럼 값진 기록을 남긴 주인공들은 대단한 여성들이 아니었다. 할머니, 어머니, 며느리, 시누이, 올케, 딸이라고 불리는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저자들은 규방가사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데 오랜 시간 매진한 연구자들이다. 이 책은 그동안 연구실과 학술서로만 존재하던 규방가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