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본과 사본, 원본과 백업본, 그리고…… 진짜 마음과 가짜 마음?
역사 속에서 인류는 ‘백업’을 통해 중요한 데이터를 기록해 왔다. 원본만이 ‘오라(aura’라는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고 여겨지는 예술품과는 달리, 데이터는 그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는 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데이터가, 내 소중한 존재에게 쌓인 일종의 기억이고 마음이라면? 아마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마음도 백업이 되나요』의 주인공 하율이 맞닥뜨린 고민이다.
인공 지능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생물체의 외형을 닮아 간다. 로봇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는 때다. 책은 로봇이 ‘반려동물’의 형태로 지금보다 더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시점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율이 기르는 반려로봇 꼬리는 실제 강아지를 모델로 해서 만든 로봇이다. 하율은 13년 동안 꼬리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키우고’, 습관이나 예절을 가르치며 ‘자라도록’ 도왔다. 꼬리는 하율의 친동생이나 마찬가지고, 꼬리에게 쌓인 13년간의 데이터는 하율에게 꼬리의 마음 그 자체다. 그렇게 꼬리에게 오라를 부여한 하율은, 백업된 마인드 데이터, 즉 사본 데이터를 예전의 꼬리와 완전히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을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마음도 백업이 될까? 하율은 자신에게 더없이 고유한 존재인 꼬리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로봇과 마음을 나누는 시대, 인공 지능에 쌓인 기억들을 그저 ‘데이터’로 치부할 수 있을지, 하율과 꼬리의 마음을 따라 찬찬히 고민해 보자.
마음이란 우리가 함께한 시간 속에 들어 있는 것
하율은 마인드 백업 이후 꼬리의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기 위해 계속해서 꼬리를 시험한다. ‘진짜’와 ‘가짜’를 가르려는 하율의 집착에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어릴 때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하율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있었다면 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도 상관없었던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