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운종가의 여름
한양풍문기를 발견하다
오월 스무아흐레, 그 한 달 전
바람 같은 소문을 따라가다
드디어 실마리가 잡히다
오월 스무아흐레, 그다음 날
처마 아래에서 만나다
그 사람이 범인이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소문이 범인을 불러내다
목격자가 입을 열다
오월 스무아흐레, 달도 없던 밤
누가 가장 억울한가
수수께끼가 풀리다
글은 말보다 강하다
새로운 바람
세책점을 둘러싸고 퍼진 풍문의 내막
주인아씨, 연이를 따라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동지는 세책점에서 빌린 『장화홍련전』에서 의문의 쪽지를 발견한다. “오월 스무아흐레, 한밤중에 최씨 성을 가진 과부 여인과 다섯 아이가 사라지다.” ‘한양풍문기’라는 이름이 붙은 정체 모를 쪽지에는 여성과 어린이를 향한 의아한 글과 함께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달은 비난의 댓글이 가득하다. 소문을 낼 작정이라면 골목에 방을 붙이면 될 일인데, 대체 왜 책에 이런 짓을 벌인 걸까?
“사람들은 똑같은 소문도 자신의 신념에 맞으면 진짜라 믿고, 안 맞으면 가짜라 믿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거짓을 더 믿고 싶어 하지.” (135쪽
최씨 가족의 소문을 낸 자는 물가 근처에서 눈을 감은 최씨 가족을 알리고자, ‘억울하게’ 물에 빠져 죽은 장화와 홍련 이야기에만 한양풍문기를 붙여 두었다. 그들의 죽음에 미심쩍은 점이 있으니 사람들의 입을 빌려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터. 그러나 의도와 다르게 한양풍문기는 사람들이 함부로 내리갈긴 댓글들로 인해 사건의 피해자를 다시 한번 물속에 가라앉게 했다. 이렇듯 이 책은 오래전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접하던 이야기책에, 오늘날 현대인이 시시때때로 소식을 접하는 SNS와 인터넷 기사를 투영했다. 사건의 진상과는 관계없이 무지한 댓글로 진실을 흐리는 현실, ‘한양풍문기’는 오늘날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세밀한 추리 과정, 명석한 캐릭터 등으로 탄탄한 추리 동화를 써 온 고재현 작가는 한양 운종가 책방거리를 배경으로 ‘조선시대판 커뮤니티 수사대’를 탄생시켰다. 한양풍문기가 붙은 이야기책의 주제, 한양풍문기를 사용한 종이의 종류, 한양풍문기에 붙은 댓글과 동네 사람들의 한마디 등 책방거리 수사대가 마주하는 소재와 장소마다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되는 실마리들이 자연스럽게 녹여져 있다. 이 안에서 주인공들은 진실과 거짓을 헤아려 나가며 사건의 참상을 수면 밖으로 드러나게끔 한다.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가짜뉴스와 헛소문, 『책방거리 수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