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에 억울하게 갇힌 할아버지를 구출하라!
혜인이와 여민이, 그리고 수향 씨의 무모한 구출 작전
그 뒤에 숨겨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할아버지가 양로원에 갇혔다. 까다로운 입소 절차는 ‘노망이 났다’는 말 한마디에 너무나도 쉽게 해결됐다. 혜인이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늘 할아버지에게 화만 내고 아빠는 할아버지가 앞에 있어도 마치 없는 사람처럼 엄마에게만 말을 걸곤 했다. 혜인이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한다. 할아버지의 양로원 구출 작전을.
혜인이의 할아버지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너무나도 양심적인 나머지 회사가 통협동에 오수를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그 이후로도 그들의 아픔을 되새기고자 다리 밑에서 불편하게 지낸다. 누구나 사용하는 방수 시스템인 ‘누비스’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통협동에 오수를 버리기 시작한 회사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혜인이는 다리 밑 강물이 불어날 때마다 이제는 희귀 아이템이 되어 버린 ‘우산’을 들고 할아버지를 맞이하러 가야 했다.
역시나, 할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부르자마자 원하던 대로 입을 뗐다. 실은 좀 과하게 뗐다. 수향 씨를 향해 냅다 주절거린 것이다. 맞아요, 내가 그래요, 사람이……. 그래서 가족들이 해 준다는 것도 마다하고 속만 썩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답답할까 미안하긴 한데 내가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이 비를 이렇게 쉽게 안 맞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이 점점 많이 퍼지면 사람들은 점점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잊게 될 거예요, 비를 맞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믿지 않게 될 겁니다, 그래서 나라도 안 하려고 합니다…….
_p.39~40
한편, 통협동에서 살며 혜인이의 할아버지를 ‘서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친할아버지처럼 따르는 소년 여민이는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차분한 성격을 지녔다. 여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