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 자세히, 오래
1장 집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현관_ 불안을 넘어서는 문지방
창문_ 빛의 산책로
다실_ 너와 나의 별세계
이름_ 집의 정신
상량문_ 상량을 상량하는 시간
베란다_ 손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
복도_ 고정관념을 깨는 길
다용도실_ 본질을 엿보는 공간
대지_ 멸실되지 않는 기억
스킵 플로어_ 변화의 구조
2장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
옥탑방_ 별 헤는 방
정원_ 교감의 장소
아이방 2_ 선택의 공간
비밀의 방_ 수컷의 바람
차고_ 중간 장소
거실_ 나누는 공간
샌드박스_ 창조의 장소
부엌_ 살리는 공간
소파_ 엄마의 자리
미끄럼틀_ 마주 서는 장소
게스트룸_ 포용의 공간
3장 그렇게 삶과 대화한다
문패_ 정주의 말뚝
데크- 외면받는 자들의 도시
침대_ 죽음의 연습
욕실_ 흘려보내는 장소
계량기_ 다른 세상을 만날 기회
콘센트_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대하는 자세
석축 바위_ 타자의 자리
마을_ 수면 아래 연결된 섬들
방_ 실존의 갑옷
그림_ 집으로의 프러포즈
책장_ 머리와 가슴의 시가 흐르는 공간
에필로그_ 다락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아침에는 빛으로, 밤에는 어둠으로 꽉 차는 집 ‘기윤재’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이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도시를 벗어난 삶은 로망에 가깝다. 직장 문제, 자녀교육 환경, 각종 인프라가 주는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인생이란 하나를 놓아야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잘 알면서도, 자본주의 논리에 지인의 걱정까지 더해지면 불안이 증폭한다. 하지만 결심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저자에게 집을 짓는다는 건, 내일로 미뤄지는 자유 대신 오늘의 자유를 찾는 일이었다. 그렇게 교외에 집을 짓기로 선택한 순간, 로망은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기윤재는 아침에는 빛으로, 밤에는 어둠으로 꽉 차는 집이다. 서른한 개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창 너머를 내다보면 자연스레 사계절을 느끼고 24절기를 알게 된다. 목련꽃이 조금 더 풍성해지고, 은행나무 가지에 초록빛이 늘어나는 것을 그저 보기만 해도 삶은 충만해진다. 어제와 오늘, 시간의 틈에서 집과 자연, 삶을 읽어내려 노력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절로 부드러워진다.
2층 집이 8층 집이 되는 마력
“엄마~! 어디 있어? 위에 있어, 아래에 있어?”
“거실에 있지.”
“아 4층에 있구나!”
“우리집 2층인데?”
“우리집은 8층이야, 엄마.”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아 2층 집인 기윤재를 아이는 8층 집이라고 한다. 지하층인 차고에서 시작해 다이닝룸, 평상, 거실, 서재, 그물침대, 다락, 옥탑방까지 스킵 플로어로 이루어진 공간은 아이가 보기에 완벽한 8층 집이다. 다이닝룸에서 시선을 돌리면 미끄럼틀이 딸린 평상을 지나 거실이 보이고, 거실 소파에 앉으면 그물침대에서 노는 아이가 보인다. 서재의 낮은 벽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식탁에서 바둑을 두는 남편과 아이가 보인다. 『집이 나에게 물어온 것들』은 서로 연결되는 공간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