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해 질 녘의 버스
비행기가 있는 여름
8월 13일, 오봉 시작 첫째 날
오봉 항공의 비행기
흘러내리는 양말
1교시 ‘대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2교시 ‘어떤 식으로 있는가’에 대해서
3교시 ‘유령이 생겨난 이야기’에 대해서
4교시 ‘유령 사회’에 대해서
5교시 ‘그리고 왜 멸망할 것 같은가’에 대해서
저년 식사 시간에 나타난 호랑이
8월 14일, 둘째 날
신발 끈의 가르침
승합차와 사파리 공원
소동이 벌어진 동네
탁발승 겐조
반딧불이 다리에서
8월 15일, 사흘째
유령과 함께 점심 식사
슬픔의 빛깔
유괴당하는 거야?
통나무집의 결투
초인종도, 노크도 없이
이 다리를 건너자
겐조의 이야기
먀오 타의 이야기
공항에서 캠핑
8월 16일 나흘째, 오봉 마지막 날
다쓰미 하지메의 이야기
칸나 다리 위에서
여우 사내
동물 회의는 끝났다
‘숨결’을 모아!
유령 나라가 사라지다
마지막 저항
네무의 이야기
안녕, 유령
이야기를 마치고
(* 책 안에는 저작권사의 요청으로 차례를 넣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슬픔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이야기는 ‘슬픔’이 사라진 ‘대행복 시대’에서 시작한다. 하지메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엄마는 기억에도 없고 아빠와 단둘이 산다. 아빠도, 하지메도 그럭저럭 잘 지냈다. 여름방학 외할머니 집에 간 하지메가 어린 소녀 ‘네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무’는 유령 나라에서 온 유령이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기억해 줄 때는 있지만, 잊히면 사라지니까.
그런데 세상에 슬픔이 사라지면서 유령 나라의 유령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누군가의 엄마였고, 친구였고, 아이였던 존재들이.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에서 우리는 늘 도망치거나 시간 속에 묻어 버리고 살아간다. 잊은 채, 아니 어쩌면 잊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잊기만 한다면 행복할까? 그렇다면, 잊을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이야기는 유령 이야기이지만, 소중한 존재를 잃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고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을 살고 있게 하는 이야기다.
사이토 린은 시인이다. 죽음과 슬픔, 기억에 대한 깊은 통찰과 문장이 시 같다. 슬픔의 빛깔, 질감, 무게까지 마치 지금 어루만지고 있다고 느낄 만큼 생생하다. 비켜 간 슬픔이 있다면, 상실과 그리움으로 헛헛하다면 이 이야기를 만나 보시길, 어쩌면 각자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슬픔’이란 걸 아는지, ‘후회’는?
그걸 누가 모르냐고? 누굴 바보로 아느냐고?
이것은 여러분에게는 조금 미래의 이야기, 나에게는 조금 옛날의 이야기야.
슬픔과 후회가 없었던 시대.
그때는 모두가 갓 구운 빵처럼 말랑말랑하고 행복했지.
평생 굳지 않는 말랑말랑 마법에 걸렸다고 믿는 것처럼.
어때, 끝내주지?
지금부터 내가, 그러니까 3년 전의 내가 들려줄 것은 그 행복한 ‘시대’가 끝나 갈 무렵부터 슬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