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의 성격과 구성
이 책에 담긴 아롱의 강연은 사회학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정치학적 사색이면서, 동시에 당시 프랑스 사회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모든 사회과학자들이 그러하듯, 아롱 역시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강연에서 학술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프랑스 사회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선택한 주제가 바로 그가 평생 동안 성찰한 ‘정치’고, 정치에서도 특히 ‘자유’의 문제였다. 이 강연에는 여러 소제목이 붙어 있지만, 크게 보면 ‘자유들’을 성찰하는 앞부분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에서 당시에 대두한 자유를 둘러싼 여러 사유와 주장을 비판하는 뒷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롱은 자유를 학술적으로 고찰해 그 본질을 설파하기보다는 역사적인 경험 속에서 구체적으로 자유를 들여다본다. 이 앞부분에 강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강연의 제목을 ‘자유와 평등’으로 삼은 것은 자유가 평등과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이 앞부분을 뒷부분의 비판을 위한 근거로 제시하기 위함인 듯하다. 즉 아롱은 ‘참여하는 구경꾼’으로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고전적인’ 자유를 위협하는 당시의 새로운 사유와 주장들을 구경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서구 사회에서 새롭게 분출하는 자유의 철학에는 자유와 함께 마땅히 제시되어야 할 좋은 사회의 표상과 미덕을 갖춘 시민에 대한 논의가 부재함을 한탄한 아롱은 한편으로는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낭의 지적처럼 아리스토텔레스를 동반자로 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은 레몽 아롱이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한 강연을 정리·편집해 담고, 뒷부분은 그의 제자이자 정치학자이며 이 책의 편집자이기도 한 피에르 마낭의 해제를 실었다. 짧은 강연에는 프랑스 대표 지성의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해제에는 스승이자 선배 학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이 잘 드러난다.
새삼스레 자유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을 통해 자유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