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무기력한 일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 씨앗 한 알
미모 1세는 큰 왕국에 살면서, 어마어마한 군대를 이끌고, 커다란 말을 타고 행진을 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지요. 독자들은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실 미모 1세가 진짜로 가진 것은 허황된 상상일 뿐이라는 것을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서,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없는 왕국을 완벽한 이상향이라고 여기는 미모 1세의 모습은 다양한 유형의 인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착각과 욕망에 빠져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오만한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 모두를 거부한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미모 1세의 욕망과 가혹한 진실이 위태롭게 균형을 맞추고 있을 때, 이를 뒤집는 ‘무엇’이 등장합니다. 완벽하게 윤곽이 그려지고, 잘 칠해진 원 하나가 아무것도 없는 왕국에 빨간 오점을 남긴 것이지요. 미모 1세는 완벽한 평화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무엇’을 서둘러 잡아 가둡니다. 생전 처음 보는 색에, 이상한 냄새를 내뿜는 것 같기도 한 ‘무엇’이 무섭기만 하지요. 미모 1세는 그 ‘무엇’을 가두고, 위협하고, 쥐고 흔듭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되려 무엇은 더 번져 갈 뿐입니다.
자신만의 세계를 뒤흔드는 것을 권력으로 막아 세우려는 미모 1세와, 아랑곳없이 들끓는 생명력으로 왕국 이곳저곳을 장악하는 ‘무엇’의 대립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온 사방으로 퍼져 왕국을 가득 채운 ‘무엇’을 마침내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제야 미모 1세는 깨닫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누리던 완벽한 평화는 사실 공허일 뿐이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어쩌면 이 시끄럽고 복잡한 ‘모든 것의 왕국’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줄거리]
아무것도 없는 나라의 왕 미모 1세는 어느 날,
자신의 왕국에서 결코 찾아서는 안 될 것은 발견하고 말았어.
바로 눈앞에 ‘무엇’이 있었지.
‘무엇’은 무수한 작은 ‘무엇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