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권력에 대한 푸코의 사유의 궤적
푸코의 권력론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왔지만, 푸코의 철학을 공간 인식의 차원에서 정리하는 작업은 드물었다. 그는 단일하고 정형화된 권력 이론을 구성하기보다 구체적인 권력 분석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이론화’의 시도만을 남겼는데, 이러한 태도는 공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게다가 그의 공간 관련 논의는 권력에 대한 이론화와 역사 서술에 부수적인 형태로, 그나마도 간헐적으로만 이루어졌다. 때문에 푸코의 공간 인식과 그 변천의 경로를 탐색하는 일은 권력 이해의 진화 과정을 뒤쫓는 작업과 나란히 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푸코의 ‘공간-권력’론이라고 이름 붙일 법한, 공간과 권력에 대한 그의 고유한 시각을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글들을 소개한다.
1부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푸코가 자신의 권력 개념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텍스트 세 편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권력의 미시물리학’이라는 푸코의 기획이 공간에 어떻게 접근하고자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첫번째 글 「권력의 그물코」는 1976년 푸코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했던 강연을 옮긴 것으로, 그는 주권, 규칙, 금지 등에 기초한 권력의 법적 개념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권력을 긍정적인 메커니즘 속에서 분석하기 위한 참조점으로 『자본론』을 소환한다. 또한 근대 권력의 작용이 군대나 작업장, 학교 같은 공간을 매개로 어떻게 현현하는지 논한다. 두번째 글 「권력과 전략」은 1977년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와 가진 서면 인터뷰로, 권력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며 구소련의 강제수용소 ‘굴라크’ 문제를 다룬다. 세번째 글 「권력에 관한 해명―몇 가지 비판에 대한 답변」은 1978년 푸코가 이탈리아 공산주의 철학자 마시모 카치아리의 비판에 대해 내놓은 글로,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지식의 의지』 같은 주저들에서 자신이 수행한 권력 분석이 어떤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어떤 개념적 특징을 갖는지 설명한다.
푸코가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