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당신은 온갖 종류의 더러운 꼴을 보고 지내지. 인간의 비참함을 말이야. 그래서 그 모든 걸 다 보았을 때, 인간의 밑을 닦았을 때, 눈을 들고 싶은 마음이 없던가? 언덕 위로 올라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없던가? 단 한번이라도 아름답고 자유로운 무언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말이야. 전혀 다른 동반자를 갖고 싶지 않더냐 말이야.(본문 중에서
로맹 가리의 이 소설은 아직도 아름답고 자유로운 무언가가 이 추악한 땅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에게 정의에의 욕구, 자유에의 욕구, 사랑에의 욕구가 있고 그것에 응하려고 애쓸 기력이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나타나는 경이로운 코끼리 떼가 눈앞에 떠오르는 한 아직까지 우리 곁에는 거대하고 어설프지만 찬란한 자유가 함께할 것임을 알려준다. 600쪽을 넘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끊임없이, 코끼리와 코끼리 사냥꾼, 그리고 코끼리 사냥 저지 운동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로맹 가리의 이 작품은 공쿠르 상 수상이 발표되기 전, 단 삼 개월 만에 십만 부 판매라는 기록을 가졌으며, 이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이제 한국의 독자들이 로맹 가리가 빚어낸 인간 존엄의 한 거대한 뿌리를 만나볼 차례이다.
저는 공쿠르 상을 수상한 기쁨과, 제가 제 책에서 옹호한 자유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는 슬픔 사이에서 몹시 고뇌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인권을 존중하게 하기 위해 세계 모든 작가들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데 핵무기라는 대답밖에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1936년부터 제가 손에 무기를 들고 지켰던 것, 저는 그것을 제 삶과 작품을 통해 계속 지켜나갈 것입니다. (공쿠르상 수상 소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