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기초 위에 남다른 개성으로
정교하게 지어 올린 웰 메이드 소설
《혁거세 슈퍼》의 장르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미스터리 판타지 액션 스릴러 가족 소설’ 정도면 표현이 될까? 어찌 되었든 무척 독특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나서며 여러 단서를 조각조각 모아 가는 과정은 미스터리물의 성격을, 거기에 함께하는 인물이 의심할 여지 없이 외계인이라는 점과 이 외계인이 사용하는 온갖 능력은 판타지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거의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도시 한복판이다. 환경을 자세하게 묘사할 뿐 아니라 대치동 학원가, 불광역 인근 상가, 서울역 계단 등 구체적인 지명을 언급하며 현장감을 높인다. 바로 이 지점이 묘하게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러한 설정은 마치 SF 영화에서 히어로들이 마포대교, 강남대로 등 우리 눈에 익은 곳에서 적과 싸우는 장면을 보는 것과 유사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개성 넘치는 스타일만큼이나 이야기의 전개 역시 예상 가능한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발칙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앞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그러면서도 몰입감이 깨질 틈 없이 짜임새 있게 치고 나간다. 작은 복선 하나하나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 치밀함도 돋보인다. 특히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초반부의 해프닝에서 은근히 밝혀진 작은 설정이 이야기의 절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대목은 독자의 입에서 탄성을 자아내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나의 ‘유일한 사람’은 누구일까?
성숙한 관계 맺기를 그린 성장 드라마
두 주먹을 꼭 쥐고 귤희의 여정에 함께하면 통쾌함을 건너 따뜻한 결말이 독자를 기다린다. 오락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속도감과 짜릿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겠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읽어 보면 《혁거세 슈퍼》의 곳곳에는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여러 주제가 잘 숨겨져 있다.
가족이라고는 둘뿐인데도 일정 거리 이하로 가까워지지 못했던 할머니와 귤희 사이에 감춰져 있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