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헤테로토피아
유토피아적인 몸
다른 공간들
공간, 지식, 권력―폴 래비나우와의 인터뷰
해제: 「헤테로토피아」―베니스, 베를린,
로스앤젤레스 사이 어떤 개념의 행로_다니엘 드페르
옮긴이의 말
모든 장소에 맞서는, 절대적으로 다른 공간
푸코가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1966년 4월에 출간한 『말과 사물』에서였다. 푸코는 이 책의 서문에서 보르헤스의 에세이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에 나오는 “어떤 중국 백과사전”의 기이한 동물 분류법(“a 황제에게 속한 것 b 향기로운 것 c 길들여진 것 [……] m 방금 단지를 깬 것 n 멀리 파리처럼 보이는 것”과 마주쳤을 때 느낀 당혹감을 토로하며, 이 부조리한 ‘텍스트 공간’을 헤테로토피아라고 이름 붙인다. 푸코는 헤테로토피아에 대해 “사물들이 몹시 상이한 자리에 ‘머물러’ 있고 ‘놓여’ 있고 ‘배치되어’ 있어서, 사물들을 위한 수용 공간을 찾아내거나 이런저런 자리들 아래에서 공통의 장소를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언어를 은밀히 전복하고, 말과 사물을 함께 붙어 있게 하는 통사법을 무너뜨린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의 사유가 자리한 불가능성, 사유의 한계, 우리의 담론 아래에서 사유할 수 없음을 증언한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7일, 푸코는 한 라디오 채널이 ‘유토피아와 문학’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특강 시리즈에 출현해 『말과 사물』에서는 가볍게만 언급했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다시 끄집어내 본격적으로 논의하는데(방송 당시 강연 제목은 ‘실제의 유토피아, 혹은 “장소와 다른 장소”’였으나, CD와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헤테로토피아」로 제목이 바뀐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푸코는 이 용어의 의미 축을 ‘텍스트 공간’으로부터 ‘사회 공간’으로 옮겨놓는다.
“온갖 장소들 가운데 절대적으로 다른” 공간, “자기 이외의 모든 장소들에 맞서” 그것들을 중화시키고 혹은 정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반공간contre-espace”인 헤테로토피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모든 사회, 모든 문화에는 헤테로토피아가 존재한다. 둘째, 그 존재방식이나 작동방식은 동일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변화한다(묘지. 셋째, 헤테로토피아는 한 장소에 복수의 공간을 겹쳐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