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지게를 지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들의 노동과 투쟁, 그리고 빛나는 우정
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박윤우 작가의 신작 《달려라, 소년 물장수》는 1930년대 경성을 누비는 물장수 소년들의 뜨거운 삶을 그려 낸 소설이다.
호열자가 창궐하던 개화기 경성에 물장수라는 직업이 있었다. 1930년대에는 물장수 사업이 기울고 있기는 했으나 수도가 아직 놓이지 않은 곳이 많아 여전히 물꾼에게 물을 대 먹거나 사 먹는 집이 많았다. 새벽이나 저녁에 물을 길어서 집집마다 배달해 주는 일이니 만큼 무척 고되었으나 배달 일 중에서는 벌이가 좋았다고 한다.
북청 큰아버지 집에 의탁하여 살던 창식은 경성에 있는 아버지가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학교에 가는 것이 소원이던 창식은 드디어 아버지가 일자리를 잡았다며 경성으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꿈에 부풀어 경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낙하산 인사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 게다가 건강까지 나쁜 상태라서 앞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워 보였다. 창식은 마음을 다잡고 경성에서 만난 또래 배달꾼 소년, 개똥에게 부탁하여 약국 배달일을 시작한다. 돈을 모아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성실하게 일을 한다. 왕규는 창식의 친척으로 친일파인 아버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원망, 새어머니와의 갈등,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붙일 곳이 없다. 내내 방황을 하던 왕규는 주어진 삶이 아닌, 만들어 가는 삶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창식에게 일을 소개해 준 개똥은 고아로 힘겹게 살고 있다. 구순구개열을 치료하고, 문화주택에서 번듯하게 살고 싶어 악착같이 일을 하고 돈을 모은다. 하지만 걸핏하면 월급을 떼이고, 예전에 같이 어울렸던 깍정이패에게도 돈을 뜯기곤 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낙천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야학에서 글도 배우고 있다.
이 세 소년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여 물상회 물배달 일에 뛰어든다. 일하고, 집을 돌보고, 공부하며 경성을 누비던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