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 해방 전후사의 인식
이 책은 일본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된 1945년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북조선에서 진행된 사회혁명의 시기를 살았던 농민과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북조선은 식민지적 근대성과 자본주의적 근대성 모두와 대립하는, 사회주의적 근대성이라는 대안적 경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일제 식민 통치의 갑작스런 종언과 더불어 ‘집단적 흥분’을 자아낸 해방의 열기, 토지개혁,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치러진 선거, 문맹퇴치 운동 등을 통해 세상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던 한반도 이북 지역의 사람들은 당시를 어떻게 경험했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바로 북조선 역사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당시 한반도 이북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당시 전개된 사회혁명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사실, 해방 이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할되어, 남쪽에는 미군, 북쪽에는 소련군이 진주하게 된 상황에는 매우 얄궂은 측면이 있다. 당시 한반도에서 조선공산당을 필두로 공산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지역은 당시 경성(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이남 지역이었다. 반면,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듯 기독교 성향의 반공주의적 민족주의 진영의 핵심은 이북 지역이었다. 이 같은 역설적 상황에서, 그간 해방 전후사에 대한 연구는 한반도 이남을 중심으로, 강고했던 좌익 사회주의 운동이 미군정하에서 어떤 투쟁을 벌였고, 미군정과 1948년 수립된 이승만 정부하에서 어떻게 진압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한다. 말하자면,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연구들은 남한 지역의 ‘해방 공간’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핵심 이념으로 한 반공주의 우파 진영을 중심으로 닫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왔다.
반면, 한반도 이북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소련과 소련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던 김일성을 중심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뒤이어 어떻게 동족상잔의 전쟁이 벌어졌는지, 나아가 전쟁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