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는 대중적 글쓰기이자 새로운 소통 수단
: 한글의 보급과 언간의 보편화
한문으로 쓰인 편지들과 달리 언간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인 글쓰기’였지만, 처음부터 널리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1443년 이후 한글로 「용비어천가」와 같은 노래를 짓거나 불교 서적을 옮기거나 『삼강행실도』를 발행하는 등 한글 보급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었고 가사나 시조 등의 한글로 된 문학이 발달하면서, 16세기 중반부터 한글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 시기에 여성들이 쓴 언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때부터 언간은 성별, 계층의 고하를 뛰어넘어 쓰이는 공유물이 된다. 한문 편지보다 광범위한 관계에서 사용된 것이다.
언간이 활발하게 쓰이면서 예절과 형식 등 언간 고유의 문화도 발달한다. 대표적인 예로 『언간독』이라는 편지 서식집이 유통되었는데, 현대의 편지처럼 사회적 관계나 손위, 손아래 관계에 맞는 적절한 형식을 정리한 것이었다. 서식집에 수록된 상투적인 표현들은 실제로 다양한 언간에서 확인되었고, 서식집 발행 이래로 점점 널리 사용되었다.
내용과 형식은 현대의 편지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언간의 형태에는 조선시대 고유의 문화가 묻어난다. ‘신언서판’이라는 말처럼, 글씨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었기에 가족 구성원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궁중에서는 글씨를 잘 쓰는 상궁이 왕실, 특히 왕후의 언간을 대신 쓰기도 했다. 글씨체 역시 초기에는 한문 서체를 모방한 서체가 널리 쓰였으나, 궁중에서는 기품이 있는 글씨체를 따로 연구해 ‘궁체’를 사용했다. 또한 받는 상대에 맞춰 종이의 재질과 봉투의 유무 등을 다르게 했다.
내밀한 감정과 은밀한 이야기가 담긴 비밀 편지
: 사대부가, 왕실의 언간에 담긴 숨겨진 역사적 장면들
공적인 한문 편지와 다르게 언간은 주로 사적인,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선조의 편지에는 병을 앓는 정숙옹주를 향한 다정한 걱정의 말과 딸을 위해 허준에게 친히 처방을 받았다는 기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