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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만리동 이발소 (양장
저자 한주리
출판사 소동
출판일 2023-07-22
정가 18,000원
ISBN 97889947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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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책 『만리동 이발소』는 1927년에 처음 문을 연 ‘성우이용원’을 그림으로 기록한 책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두 번째로 이발사 면허를 취득한 1대 이발사가 터를 잡은 후 100년 가까이 대를 이어 온 특별한 장소지요. 이곳에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재벌 회장님도,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오는 관광객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모두 같은 ‘손님’이 됩니다. 손님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이발소의 분위기 덕분에 긴장을 풀고 속마음을 꺼내 놓지요. 바짝 날이 선 면도칼을 보고 잠시 얼어붙다가도, 부드럽고 따뜻한 이발사의 손길에 긴장을 풀고 하루의 피로를 씻어 냅니다.

5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찾아오는 이들은 바뀌었지만, 이발 방식만큼은 한결같습니다. 18살에 이발사가 됐던 그 시절,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전수했던 전통 방식 그대로입니다. 솔에 비누를 묻힌 다음 양동이에 쓱쓱 문질러 거품을 내고, 한여름 더위에도 수건을 푹푹 삶아 말리고, 면도칼과 가위를 피대에 싹싹 갈아 둡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투박하고 오래 걸리는 옛 방식을 고집해 온 덕분에 그의 손은 언제나 상처투성입니다. 하지만 이발사는 붕대를 감으며 생각합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기서 오래도록 이발사로 남고 싶다고 말입니다.
100년 가까이 묵묵히 자리를 지켜 온 이발소, 쇠가 흘러내릴 만큼 오랜 시간 쓰였던 이발 가위, 지문이 닳도록 성실히 일해 온 이발사. 수많은 사람들이 ‘만리동 이발소’를 찾는 까닭은 낡고 닳은 외관에 대한 연민이나 오래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오랜 세월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위로와 깊은 감동을 얻기 때문입니다.

2. 『만리동 이발소』를 쓰고 그린 한주리 작가님이 이발소를 처음 찾아간 것은 스무 살 무렵의 일입니다. ‘오래된 것들에 관한 기록’을 취재하는 과제를 준비하던 중에 서울역 주변에 아주 오래된 이발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지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