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흔들리는 공동체를 향해 던지는 어린이의 강력한 선전포고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어린이들이 속한 공동체, 즉 가정, 이웃, 학교, 사회가 뒤흔들리는 이야기이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은 행사하지 않더라도 어린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어른이 서사의 중심에 있다. 가정에서 존중받는 어린이의 경우에는 학교와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무례한 대우를 받는다.
다행히도 이야기 속 어린이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스스로 또는 어린이끼리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잘못된 어른과 세상에 당당하게 맞선다.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외친다. 「친애하고 존경하는」의 민우는 “제가 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드릴게요.”라며 어른들이 모르는(알려고 하지 않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편은 어렵지만 민우네 가족은 행복을 키우며 열심히 산다. 민우는 당당하다.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의 루아는 교실에서 처음으로 손을 들고 이야기를 한다. “전 아무것도 베끼지 않았어요. 제가 쓴 독후감이 맞아요.”라고. 떨렸지만, 너무 떨렸지만 루아는 더는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바세린 효과」의 세은이는 자신의 몸을 더듬는 선생님 앞에서 “내 몸에 손대지 마! 손대지 말라고!”라고 크게 소리 지른다. 유치원 다니는 동생 박세린이 알려준 대로 사람들이 올 때까지 소리를 지른다.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힘주어 외친다. 「옥탑정형외과」의 연수와 은수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 ‘이응 형제들’에 속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들은 둘이 함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더는 ‘이응 형제들’의 눈치를 보며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연수, 은수니까 시옷 형제라고 해야 하나? 아니야, 옥상 형제는 어때?”라며 스스로 관계의 주체로 우뚝 선다.
작가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성장 환경,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 아이들을 지켜 주지 못하는 어른들 같은, 어린이를 둘러싼 심리적·사회적 배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