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정제와 안숙선 명창
만정제는 만정 김소희 명창에 의해 완성된 유파이다. 판소리의 대가답게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갔는데 후학을 지도하는 데도 공을 들여 배출한 제자가 아주 많다. 그중 대표적인 제자가 바로 안숙선 명창이다. 안숙선은 가야금병창과 판소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극 분야에서도 여전히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더불어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는 다재다능한 명창이다. 그녀는 판소리 다섯바탕 중 ‘춘향가’와 ‘흥보가’를 김소희에게서 전수 받았는데, 이 책에 채보된 ‘흥보가’는 바로 1988년 국립극장에서 완창한 것이다.
판소리 이론 발전에 밑거름이 될 악보집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 판소리는 보통 스승이 제자에게 구전심수의 방법으로 전한다. 판소리 교육의 교재 역시 오선악보보다 사설집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예술로서의 판소리뿐 아니라 판소리의 이론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소리를 기록하여 악보화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서정민은 소리꾼이면서도 판소리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판소리 이론가다. 그래서 이전에도 동초제 판소리 악보집 시리즈(“적벽가”, “흥보가”와 “오선악보로 보는 단가”를 출간하여 판소리 교육과 연구에 이바지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스승 안숙선 명창의 고희를 기념하여, 스승의 소리가 길이 남아 판소리 연구와 전승교육에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펴냈다. 소리를 오선악보에 기록하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에 더해 책의 뒤쪽에는 만정제 ‘흥보가’ 사설 속 어휘를 따로 해설해 주는 부분까지 마련하여 소리의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악보집 작업이 판소리 연구와 전승 교육에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점차 잊히어 가는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하는 매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