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장 S언니와 여성 간 친밀성의 역사
2장 해방기 여성독본과 여성해방의 거리
3장 1950년대 여성잡지 『주부생활』과 ‘가장 여류다운 여류’
4장 명동다방의 여대생: ‘여대생 소설’과 감정의 절대화
5장 여학생과 불량소녀 사이: 잡지 『여학생』과 소녀다움
6장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된 여학생: 박정희 체제의 통치성과 여성 노동자의 등장
7장 애국과 봉사의 마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기관지 『여성』과 국가 페미니즘
8장 여성학 교실과 번역된 여성해방운동
9장 대안 공동체 ‘또 하나의 문화’와 민중시인 고정희의 역설적 공존
10장 페미니즘의 대중화와 『페미니스트 저널 IF』
11장 한없이 투명하지만은 않은, 『BLUE』
12장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의 여성 간 로맨스
13장 로맨스 대신 페미니즘을!
주
수록 논문 출처
책읽기, 여성들을 ‘위험한 사상가’로 만들다
이 책은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 등장한 소설, 잡지, 기관지, 순정만화 등의 매체를 검토하고, 책읽기가 어떻게 한국 여성들을 ‘위험한 사상가’로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결국 그것은 “한국 여성들이 읽은 책의 역사”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여성의 교양과 문학에 대한 미학적 기준을 다시 구축함으로써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의 계보를 복원하고, 여성이 행하는 책읽기의 정치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문학이론가 루카치는 근대소설을 “지도 없이 여행을 떠나는 ‘성숙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집을 떠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여성들은 그저 소설의 독자가 될 뿐 어떠한 주체적 캐릭터도 되지 못한다. 남성 주인공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이러한 세계에서, 여성은 자신의 젠더를 계속 의식하면서 독서 행위를 이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여성의 독서는 필연적으로 감각의 재배치이자 정치적인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위험한 책읽기’의 역사적 국면을 단계적으로 검토한 뒤, 지금 한국 여성의 인식과 현실을 다시 주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작품이다.
‘문학소녀’에서 페미니스트까지
1960~1970년대 한국에서 의무교육 제도가 정착되자 여성들의 중·고등학교 취학률이 급증했다. 그로 인해 여성들의 평균 문해력이 오르고, 그와 연관해 ‘문학소녀’라는 표상이 대두되었다. 이때 여성의 책읽기는 낭만적 이미지의 교양으로 취급되는 동시에, 지나치게 소녀적인 감상에 빠져서도 안 되고, 너무 현실적이어서도 안 된다는 기묘하고 모순된 비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문학소녀들은 점차 ‘여고생 작가’, ‘여대생 작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이들의 ‘작가 되기’는 현모양처가 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제 여성 교양을 위해 등장한 책읽기는 점차 세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혀주는 수단이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여성학 과목 수강도 크게 유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