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와 화산 지대, 단층 지대에 세워진 도시에서부터 운석 경매장까지,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깊은 시간
이 책에서 저자 헬렌 고든은 지구의 깊은 시간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세계 곳곳의 “일상”으로 파고들어간다. 빙하와 지진, 화산, 화석, 암석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빙하는 오래 전 지구의 공기를 간직한 기록 저장고이다. 단층이 어긋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언제든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할리우드에는 곳곳에 판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소들을 품고 있다. 해안가에서 많이 보이는 백악 절벽은 영국의 지질학적 특성을 보여주며, 나폴리의 화산 지대는 화산 분출 징후와 대비책, 과학자들의 예측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문제 등 화산 분출을 둘러싼 여러 논의를 상기시킨다. 뉴욕 주 근처의 마을 길보아에서 발견된 데본기의 숲은 최초의 육상동물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가르쳐준다. 현대의 고층 건물에서도 깊은 시간을 느낄 수 있는데, 가령 도시지질학은 전 세계 도시의 건물을 구성하는 여러 암석, 마감재, 문틀 등에서 그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을 찾는다.
헬렌 고든의 시선은 학계를 넘어 깊은 시간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는 산업계까지 확장된다. 고생물 화가는 실제 공룡의 색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협업하여 공룡을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복원한다. 경매장에서는 긴 시간을 날아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 거래되며, 쥐라기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라임 레지스에는 화석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원자력 발전소는 지하에 핵폐기물을 저장함으로써 먼 미래의 지질을 바꿀지도 모른다.
깊은 시간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지구의 역사를 톺아보는 과정인 동시에, 지구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로 같다고 생각한 암석과 지형이 침식과 퇴적, 융기와 파열 등 자체의 역사는 물론 그와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