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 동안 송골매를 추적했다. 나는 송골매에 사로잡혔다. 나에게 송골매는 하나의 성배였다.”
읽는 이를 전율케 하는, 어떤 집착의 기록
1954년부터 1964년까지 10년 동안, 에식스 출신의 존 앨릭 베이커라는 사무직 노동자는 자신이 사는 주의 전역에서 사냥을 하는 송골매들을 추적했다. 근시에 관절염을 앓던 베이커는 자전거와 도보로 송골매를 뒤쫓으면서, 송골매들이 목욕을 하고, 날고, 급강하하고, 죽이고, 앉아서 쉬는 모든 모습을 쌍안경으로 관찰했다. 들판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는 그가 살던 첼름스퍼드 테라스하우스의 남는 방에 틀어박혀 일기장에 상세하게 내용을 기록했다. 일기를 모두 합치면 원고지 1600매가 넘는다. 그리고 1963년부터 1966년까지 3년 동안 베이커는 그 일기를 6만 단어가 조금 안 되는, 황홀하고 격정적이며 희열에 넘치는 산문으로 짜인 한 권의 책으로 압축했다. 일기가 원석이라면, 《송골매를 찾아서》는 다이아몬드, 베이커를 거장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자 그의 데뷔작이다.
종종 《침묵의 봄》과도 비견되는 이 작품이 출간 55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국에 최초로 소개된다. 이 책은 자연을 마주하고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넘어야만 할 산 같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은 “우리의 문체는 베이커의 아류였기에, 언제나 원형에 비해 허약하고 인위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송골매를 찾아서》는 나온 지 50년이 넘었지만 바로 어제 쓰인 듯 느껴진다. 작고 강렬한 이 책은 출간 이후 반세기 동안 송골매의 발톱으로 우리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문학적으로뿐 아니라 작곡가 로런스 잉글리시,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탐조가이자 프로듀서 팀 디 등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사로잡힌 이들의 이름은 길게 이어진다.
이제 이 책은 섬뜩한 예언서로 읽힌다. 인류세, 대량 멸종, 기술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 암울한 생태계, 심지어 가상현실에 대해서까지. 고대 로마의 ‘하루스펙스’는 제물로 바친 짐승의 내장을 살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