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돌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등장하였다. 트로트 바람을 타고 ‘한국 고유양식’론까지 대두하는 판이다. 하지만 그것이 포스트 민주화 시대,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퇴행적’ 감수성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적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일본제국주의 식민지배와 ‘친일’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가닿기 때문이다.
이 책은 친일의 오늘을 상징하는 문화사적 사건으로 에키타이 안(안익태의 〈애국가〉와 트로트 두 가지를 소환한다. 앞의 것이 과거의 친일을 상징하는 그렇지만 우리의 음악적 공생활을 강제하는 이벤트라면, 뒤의 것은 현재의 은폐된 친일의 대표 일상이다.
이해영은 국가상징으로서 안익태 〈애국가〉의 적격성을 역사정의의 관점에서 묻고 있다. ‘애국가’를 통해 ‘애국’이라는 기본가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을 만든 사람이 최소한 애국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언명법이다. 하지만 안익태는 친일과 일제 동맹국 독일을 위한 친나치 부역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비애국적’ 애국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형용모순이다.
작곡가이자 한국음악학자인 김정희는 음악 분석을 통해 안익태 〈애국가〉의 표절성을 고발하고 있다. 〈애국가〉가 표절곡이라니, 그것도 다른 나라의 곡을 표절한 노래라니,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안익태 〈애국가〉는 불가리아 노래 〈오, 도브루잔스키 크라이〉의 표절곡이다. 선율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총 16마디 중 12마디의 선율이 유사하고, 〈애국가〉의 출현음 총 57개 중 맥락과 음정이 일치하는 음은 모두 33개로, 일치도가 58%이다. 변주된 음까지 포함하면 그 개수는 41개, 유사도는 72%로 높아진다. 음악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안익태 〈애국가〉 표절의 실상을 해부한 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박영금은 일본과 한국의 전통음악, 그리고 트로트의 음악 요소를 세밀히 비교함으로써 트로트의 음악적 뿌리가 일본 쇼와가요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글을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