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지배당할 것인가, 숫자를 지배할 것인가?
우리는 통계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지지율 그래프, ‘N% 상승’으로 간단하게 말하는 경제 성장률... 전문가들이 매체에 나와 어려운 단어를 섞어 가며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보다, 숫자 한두 개로 매끄럽게 표현된 것이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숫자들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숫자를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도 괜찮은 걸까?
예를 들어 우리가 쉽게 접하는 지표인 GDP, IQ, BMI는 각각 ‘국내총생산’, ‘지능지수’, ‘체질량지수’를 말한다. 이 지표들의 공통점은 ‘국가의 경제적 성장’, ‘지능의 수치화’, ‘신체의 건강’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하나의 숫자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이 높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고, 지능 지수는 특정 영역의 단편적인 수치만을 반영한다. 심지어 BMI는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들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지수다.
뉴스에서 ‘GDP 3% 성장’이라는 카피를 보아도 자신의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면 경제 성장은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IQ 160’인 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할 때면 지능 지수가 과연 어떤 것을 대변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열심히 땀 흘려 가며 러닝머신을 뛰었지만, 다음 날 아침 당장 체중계 숫자에 큰 변화가 없다면 전날 달린 시간이 의미가 없는 것만 같다. 무언가에 숫자로 꼬리표를 붙이는 일은 쉽고 편하지만, 이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배스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비즈니스 예측과 의사결정 분석을 가르치는 통계학자 폴 굿윈은 그의 저서《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에서 숫자와 통계가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고, 숫자를 향한 분별없는 믿음과 수용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