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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우리 여우 꿈을 꾼 거니? - 문학동네 동시집 89 (양장
저자 강기원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3-09-19
정가 12,500원
ISBN 9788954695183
수량
1부 옹송망송 흐릿한 눈을 썩썩 비벼 보는데
빨간 정말 10
네 잎 클로버 키우기 12
손가락 츄파춥스 14
누가 물어봤나? 16
틀니가 웃는다 17
비몽사몽 18
빨간 망토의 골목 20
누워서 별 따기 22
잠들기는 어려워 24

2부 바람과 파랑에 몸을 실어
콩의 노래 28
초당 두부 30
브로콜리 32
별박이자나방 애벌레 34
월식 36
드림캐처 38
오늘 나는 론섬 조지 40
돌 속의 새 42
설레는 양파 44
불가사리 46

3부 생게망게 이상한 숲이 내 안에 있어
글꼴의 역사 50
나도 그렸지 52
나비와 비를 긋다 54
눈치와 뱁새 56
모기의 경고 58
먼지 카드 59
할머니 가방 60
배꼽의 길 62
잘 들린다 64

4부 너랑 나랑 삭의 어둠을 밝히면
조마조마 첫걸음마 68
바다 손은 약손 70
멸치의 자존심 71
여름, 풋 72
여우콩 여우팥 74
토끼 속의 달 76
가을검은밤나방 78
노래하는 돌 80
달 데이트 81

5부 직선을 그을 땐 조심해야 해
고양이 두부 먹기 84
달을 조금 샀어 86
토마토개구리의 빨간 겨울잠 88
캐나다 회색곰 이야기 90
드라큘라의 다이어트 92
일식 93
이유 있는 변명 94
직선 긋기 96

해설 | 우경숙 99
직선 하나 그으려 했을 뿐인데
내 안에 펼쳐지는 생게망게 이상한 숲

직선을 그린다는 게
손이 흔들려 물결이 되었어

물결은 물결을 낳아
곧 바다가 되었지
_「직선 긋기」 부분

모험의 시작과 끝은 ‘선 그리기’이다. 한번 그린 선이 절로 다음 이야기를 펼치는 과정은 우리가 꿈속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과 닮았다. ‘꿈’이란 잠자는 동안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는 것, 밖으로 내보이지 않으면 내 안에서 생겨나 내 안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 시인은 그 “옹송망송”하고 “생게망게”한 꿈의 시공간을 단단히 붙잡는다. 어항을 그리고 물풀을 그리고 금붕어를 그리고 물결을 그렸더니 빨간 지느러미가 살랑살랑 헤엄치기 시작하고(「빨간 정말」, 어젯밤 도화지에 그려 놓았던 잡채와 아이스크림은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비몽사몽」. 내가 그린 그림에서 촉발되는 이상한 현상, 현실의 논리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상들이 능청스레 펼쳐지니 이 꿈들은 더 이상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너와 나의 공유 경험이 되고, 그렇게 환(幻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어느새 여러 존재들이 어우러져 놀고 있는 환상의 숲 공간에 이른다.

이처럼 시인의 모험은 지극히 사적인 ‘꿈’의 이미지에서 출발하지만 혼자만의 공상으로 빠지지 않고 ‘우리’라는 주체를 너그럽게 껴안는다. 하늘의 별 대신 바닷속 별을 꿈꾸는 별난 돌멩이(「불가사리」, 한 뼘 한 뼘 하늘을 나는 연습 중인 별박이자나방 애벌레(「별박이자나방 애벌레」, 돌 속에서 제 있던 곳을 향해 날아가는 흰 새(「돌 속의 새」 모두 ‘꿈꾸는 존재’로서 하나가 된다. 특유의 “막힘없는 연금술”(유강희로 서로 이질적으로 분류되던 개체들이 온전히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합일에의 지향이기보다 “공생의 실현”(우경숙에 가깝다.

개구리는 생각했어. 온통 빨강이잖아. 난 토마토개구리가 아니라 크리스마스개구리였군. 애써 졸음을 참은 보람을 느끼며 토마토개구리 아니, 크리스마스개구리는 눈 이불을 덮고 비로소 다디단 빨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