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 사람 사는 거 우리만 아는 거다.”
무성한 초록에 감싸인 집
그곳에서 우리가 숨겨 줄 사람들을 만났다
소설은 고등학생 주인공 ‘나’가 가족과 함께 이사한 집으로 처음 들어가던 날을 떠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세한 입자들이 마주치는 소리” “이른 아침 알싸한 공기 속에서 안개와 꽃향기가 서로 부딪는 소리”(본문 7면가 들려오는 듯한 단독주택 2층에서, ‘나’와 엄마, 동생 ‘준’은 1층으로부터 들려오는 미스터리한 소리에 집중한다. 이사 전 부동산 중개인이 1층을 보며 지었던 애매한 표정, 누군가 관리한 티가 나는 마당, 마당에서 잠시 보이다 사라진 어린아이들과 같은 이상한 사건들에 서서히 신경 쓰일 무렵, 동생 준은 비밀스러운 누군가 집에 있다고 주장하고 그 존재가 다른 차원의 인물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오늘 드디어 확인했어.”
“뭘.”
“키 큰 할머니가 집 안에 있어.”
“뭐?”
“백발이야.”
―본문 18면
사실 1층에 사는 ‘서백자’ 할머니, 할머니의 쌍둥이 손주 ‘자작’과 ‘종려’는 1층에 숨어든 가족이었다. 비밀을 가득 품은 이들은 엄마에게 자신들이 이 집의 진짜 주인이라 말하고, 엄마는 담담한 태도로 ‘나’와 준에게 그들을 숨겨 주자고 당부한다. 서백자 할머니와 손주들은 어떤 사정으로 이 집에 몰래 살게 된 것일까?
무수히 중첩된 시공간처럼
수많은 각자의 이야기
시절을 넘으려 애쓰는 마음
남다른 사연이 있어 보이는 할머니와 손주들처럼, 2층의 가족들 역시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생이 실패했다고 여겨 갑작스레 고향으로 내려간 아버지를 뒤로하고 서울에 남은 엄마와 두 남매는 바뀐 삶에 적응해야만 한다. 대학 입시가 끝나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갈지, 아니면 서울에 남을지 끝없이 고민하느라 머리가 복잡한 ‘나’와는 다르게 동생 준은 시종일관 발랄한 모습으로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양자역학 이야기를 전한다.
“그 말이 아니야. 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이곳에도 살고,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