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서유기』는 현실 세계를 훌쩍 뛰어넘어 환상과 해체의 서사 형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매력이 물씬 넘치는 작품이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공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간의 수축과 확장, 거듭되는 인물의 변신 등, 『회색인』과 동전의 양면처럼 짝을 이루는 작품이면서도 내면에 무한한 알레고리와 의미를 숨겨놓아 읽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주할 바탕을 잃은 방랑자, 독고준의 정신적 모험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무엇이 거짓이고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전작前作 『회색인』니 독고준이 이유정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면,『서유기』는 바로 이유정의 방에 들어갔던 독고준이 그 방에서 나오는 것으로 시작되며, 또 마지막 부분은 그가 자기 방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서유기』는 독고준이 이유정의 방에서 자신의 방으로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또한 『회색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독고준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암호들을 듣고는 “이 초대에 응하기로 하자”라고 중얼거리는데, 『서유기』는 독고준이 넘어서기를 주저하는, 어떤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온 초대에 응한 후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오승은 원작 『서유기』에서 삼장법사 일행이 불경을 가지러 천축으로 가는 길에 갖은 고초를 겪듯이, 『회색인』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탐문에의 길을 떠났던 독고준의 여정은 『서유기』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며 온갖 일을 겪게 된다. 그것은 인과율의 사슬이 끊어진 현실 저편에서 환상의 언어로 채워져나가며, 기존의 것들을 해체하면서 그 자신은 물론, 그를 둘러싼 외부에 대해서도 장대한 알레고리의 세계를 구축한다.
시공간의 갑작스러운 이동과 상황의 급작스런 반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인물들이 느닷없이 다른 인물들로 교체되거나, 혹은 마치 손오공이 자신의 몸에서 털들을 뽑아 여러 명의 손오공들로 자기분열하듯 한 인물이 여러 인물들로 뒤바뀌면서 소설의 맥락을 혼돈 속에 빠뜨리는 등 독특한 환상기법이 극단적으로 펼쳐지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