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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황제의 말과 글 : 조선을 대하는 명나라 황제의 두 얼굴
저자 정동훈
출판사 푸른역사
출판일 2023-08-17
정가 18,000원
ISBN 979115612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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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1장 홍무제의 말은 어떻게 고려에 전달되었나
1. 홍무제의 말과 한중관계
2. 조서: 황제 명의의 최고 권위 문서
3. 수조: 황제가 손수 쓴 조서
4. 자문: 황제의 말을 인용한 관문서
5. 선유성지: 황제의 발언록
6. 구선: 구두 메시지
7. 황제의 말을 제도에 가둘 수 있을까?

2장 영락제의 말과 글은 어떻게 달랐을까
1. 영락제 재위 기간의 조선-명 관계
2. 건문?영락 연간 황제의 명령이 전달되는 경로
3. 글로 옮긴 영락제의 말
4. 글로 옮기지 않은 황제의 말
5. 황제의 명령에 응하는 조선의 태도
6. 조선-명 관계의 두 층위

3장 선덕제의 말을 명나라 기록은 어떻게 조작했을까
1. 성군? 아니면 암군?
2. 홍희제의 말과 글
3. 선덕제의 글: 칙서에 담긴 공적인 외교
4. 선덕제의 말: 구두 메시지에 담긴 사적 외교
5. 서울과 북경에 남아있는 정반대의 기록
6. 서울과 북경에서 바라본 선덕제의 두 얼굴

4장 정통제의 등극과 반전
1. 조선-명 관계는 언제 안정되었나?
2. 외교의 전면에 선 황제와 환관들
3. 외교 현장에서 황제의 퇴장
4. 대조선 외교는 황제의 개인 비즈니스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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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명 황제의 두 얼굴
황제의 말은 글과 달랐다. 조서, 칙서, 선유성지 등 황제 메시지의 형식을 설명하면서 홍무제가 직접 쓴 수조手詔에는 고려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수십만의 군대를 동원해 정벌에 나서겠다고 거친 협박을 했던 사실을 들려준다. 반면 뒤를 이은 영락제나 선덕제는 환관들을 통해 사냥개, 매 등은 물론 “전에 보낸 공녀들이 별로 예쁘지 않으니 새로 뽑아 보내라”든가 “짐이 늙어서 입맛이 없으니 밴댕이젓을 보내라”, 심지어 “두부 만드는 법을 익힌 여자를 보내라” 등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메시지를 슬며시 건네기도 했다. 문서에 남기고 싶지 않거나 외정의 원로들은 물론 내정의 어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요구사항들을 말로 전달한 것이다.

약한 자의 설움, 조선의 속앓이
황제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조선의 조정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태종은 아버지의 상복을 입고서도 명에 보낼 미녀 선발 심사에 임해야 했고, 세종은 무려 열여섯 번이나 심사장에 나서야 했다. 그러기에 세종은 선덕제를 “멍청한 임금”이라 비난하는가 하면 환관들의 구두 요구에 응하되 이를 문서화해 보고하려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내밀한 외교 이면은 전말을 꼼꼼히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덕분에 파악할 수 있거니와 지은이는 선덕제가 “사냥개와 매 같은 것은 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명측 기록을 두고 “당장 잡아서 보내라”는 조선 측 기록을 바탕으로, 선덕제를 성군聖君으로 묘사한 중국 역사책의 평가는 거짓말로 지은 집이라 비판한다.

눈뜨고 못 볼 환관 사신들의 호가호위
황제들의 은밀한 요구를 전달하는 통로는 조선 출신 환관들이었다. 황제들과 가까워 가려운 데를 잘 긁어주기도 했고, 보안 유지에 편했으며 조선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영락~선덕 연간에 조선에 온 사신단의 90% 이상에 참여했을 정도였다. 유교적 체면이나 염치와 거리가 있었던 이들의 위세는 대단해서 뇌물을 요구하고, 이를 쌓아둘 창고를 지어달라 청하고, 친척들을 챙기는 데도 열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