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묻혀 있던 상업사진들의 비상업적 이야기
한국에서 최초로 사진 광고가 나타난 시기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 의미의 상업사진 개념은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자리 잡았다. 1959년 김한용이 사진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1세대 상업사진가들은 주로 충무로에 터를 잡고 1960-70년대를 거치며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는 장인”처럼 상업사진의 문법을 개척해 나갔다.
1980년대 들어 한국에 본격적인 소비사회가 태동하자 충무로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상업사진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이 책이 기준으로 설정한 1984년은 기술, 매체, 산업, 인적 인프라 등 다양한 면모에서 상징적 변화가 두드러진 해다. 안상수가 아트 디렉터를 맡았던 『멋』을 인수한 동아일보는 『월간 멋』으로 개간하여 글로벌한 패션 무드를 한국에 소개하기 시작했으며, 애플이 출시한 매킨토시가 광고 제작 공정에 불러온 혁신은 여러 전문가가 분업하거나 협업할 여건을 마련했다. 김중만, 김영수, 구본창, 김용호 등이 해외 유학에서 돌아와 사진가의 역할을 재정립한 것도 같은 시기이다. 이들은 광고주의 의뢰에 따라 상업사진을 찍는 사진가이기 전에 “예술가의 자의식을 지닌 작가로서 일관된 주제의식과 작품의 내용에 부합하는 특유의 기법,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수사적 표현으로 예술사진과 상업사진의 경계를 오갔다.” 이후 충무로에서 강남으로 무대를 옮긴 상업사진계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강혜원, 곽기곤, 김태은, 김현성, 김희준, 레스, 목나정, 목정욱, 박종하, 안상미, 안성진, 이전호, 최용빈, 홍장현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계보를 형성해 나갔으며, 당대에 이르기까지 패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은 물론 사회?경제적 변화,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을 적극 흡수하며 실험적, 독창적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오늘날 한국의 상업사진 창작자들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과 작업하고, 해외 사진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으며, 전 세계 패션지에 자신의 사진을 선보인다.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