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호명하게 하는가
사진문고 『최민식』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여 사진가 최민식의 의의를 가장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가난을 질병에 가깝게 취급하는 풍조가 점차 만연해 가는 지금, 가난으로부터 진실을 보고자 한 최민식의 의지는 오늘날이기에 더욱 놀라운 의의를 지닌다. 책을 여는 것은 소설가 조세희(趙世熙, 1942-2022의 작가론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다. 조세희는 최민식의 사진을 볼 때면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과 지금도 겪고 있는 일, 그리고 그것이 크고 깊어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는 우리의 상처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다”(p.4고 말한다. 그가 ‘우리’를 말하기 위해 선택하는 표현은 ‘우리 민족’이기도 하다. 더는 대한민국을 단일 민족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 점차 공론화되고 있기에, 우리 민족이라는 말은 실상 조금 위험한 구석이 있다. 한민족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경계를 세우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세희의 ‘우리’라는 호명은 상처를 공유한 역사를 소환하는 말이다. 우리를 압도한 제국주의의 물결 이후로 이곳의 우리는 내내 함께 고통받고 상처를 짊어져 왔다. 이곳의 역사로부터 가난과 고통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이처럼 사진문고 『최민식』은 현재까지도 유효한 과거의 시선을 복원하고 소환하는 작업을 동반한다. 현재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곁에 과거가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최민식의 사진 작업은 과거에 비해 뚜렷한 물질적 발전을 이룬 우리의 현재에, 끝없이 과거의 아픔을 기입한다. 이 아픔은 최민식에게 삶이자 종교이며, 사진이다.
“사진은 나의 존재를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생활의 어려움과 삶의 질곡으로 인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사진에 대한 집념은 더욱더 강해졌다. 나는 마치 사진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여겼으며, 그리하여 사진에 내 자신을 송두리째 맡겨 버렸다. 그리고 사진은 나를 찾아 주었다.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