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1395년 창건된 뒤 임진왜란과 화재, 명성황후 시해 등 궂은 일을 겪으면서도 500년 조선 왕조의 최고의 궁궐 자리를 지켜온 경복궁. 그 찬란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경복궁에서 왕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경복궁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궁궐 지붕 위로 해가 뜨기도 전에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해 나랏일을 살피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조선의 왕. 한 나라의 가장 위엄 있는 존재였던 왕은 어떤 곳에서 잠을 자고 공부했으며 지친 몸을 쉬었을까? 또 수많은 궁궐 식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던 부엌과 놀이터는 어디였을까?
경복궁의 건물들은 풍수지리에 따라 지어졌으며 저마다 쓰임새가 달랐다. 또 각 건물마다 세워 놓은 조각들과 지붕마다 올린 잡상이며, 단청, 담과 굴뚝에 새겨 넣은 갖가지 문양들은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었다. 온 신하들이 조회 때마다 왕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근정전을 들여다보면 어좌 뒤에 일월오봉산도가 그려진 병풍을 볼 수 있다. 일월오봉산도는 다섯 봉우리의 산과 해와 달을 표현한 그림으로 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말한다. 그런데 이 병풍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하나 숨어 있다. 근정전 뒷문을 통해 들어온 왕이 어좌에 앉기 위해 통과하는 문이 병풍에 나 있는 것이다. 왕비의 처소인 교태전 뒤뜰엔 기화요초를 심어 놓은 아미산이 있다. 그 산 위에 솟은 굴뚝에는 불가사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불가사리는 쇠와 불을 먹는 상상의 동물로 건물에 불이 나는 것을 막아 주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굴뚝과 꽃담이 아름다운 대비의 침전 자경전, 왕이 나랏일을 보던 편전, 궁궐의 부엌 소주방과 생과방, 풍악소리가 호수에 잔물결을 일으키던 경회루, 그리고 비밀스러운 왕의 화장실인 매회틀까지……. 새벽부터 별이 뜰 때까지 경복궁에서 왕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다 보면 건물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