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온 인어 공주?
어린 형제가 바닷가에서 여자아이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다. 오갈 곳이 없는 아이를 형제와 가족들은 집에 머물게 하고, 마리나라는 이름도 붙여 준다. 마리나는 낯선 환경에 놀라운 속도로 적응해 가며 형제를 언어를 배운다. 그러나 낯선 세계가 마리나에게 따뜻하기만 한 건 아니다. 경찰이 살피러 오기도 하고, 인종차별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물론 마리나는 그 말을 하는 어른의 허벅지를 물어뜯으며 맞선다.
어느 날, 말문이 트인 마리나는 자기가 바다의 공주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바닷속에는 공원과 수영장이 딸린 커다란 성도 있고, 물자동차가 달리는 롤러코스터도 있다며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놓는다. 마리나가 설명하는 바닷속 세계는 도시 문명에 전혀 뒤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도시보다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이다.
그러나 형은 마리나의 말을 의심한다. 감히 너희 바다가 이 도시보다 더 멋지다고? 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는 바다가? 형은 마리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마리나는 집을 떠나 다시 바다로 향한다.
마리나는 진짜 가출한 공주일까? 아니면 위기를 맞아 원하는 삶을 찾아 이주하는 여행자일까? 마리나가 그 누구이든 자신과 자신의 세계가 부정당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인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존엄을 지키는 아이,
존중과 배려, 공감, 낯선 존재와 관계 맺기
두 형제는 마리나에게 방도 내주고 일상을 공유하지만, 마리나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관계에 금이 간다. 마리나의 말을 순순히 믿고 바닷속 세계에 거부감 없이 동화되는 동생과 달리, 형은 존중하고 공감하는 대신 마리나를 의심하고 조롱한다. 합리성의 잣대로 자신이 알지 못한 세계를 성급하게 재단하고 판단한다. 결국은 눈으로 보고서야 자신의 판단을 철회하게 된다.
하이델바흐는 어린이의 세계를 핑크빛으로만 그리지 않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 한다. 어린이들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한 존재는 아니며 어른과 마찬가지로 사랑스러움과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