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과학을 쏟으면?
여기는 문학 실험실
첫 작품 『최초의 책』에서 2천 년 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21세기 한국을 오가는 상상을 펼쳤던 작가 이민항이 이번에는 역사가 아닌 과학이라는 소재에 손을 가져다댔다. 현이가 사라지는 현상이 양자역학 때문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 선택의 효과는 놀라웠다.
문학에 과학, 그것도 양자역학이라니. 무리수라는 걱정에 한 술 더 떠 거부감마저 든다. 그러나 『양자역학 소녀』에서 양자역학이라는 소재는 ‘양자역학’의 ‘양’ 자도 모르는 독자마저 이야기에 푹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성의 재료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이 소재 덕분에 탄탄해진 이야기의 짜임새와 몰입도다. 중반부 쯤 천재 과학 소녀 수아가 등장해 “이 모든 게 양자역학 때문이야!”라고 말하면서 이야기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다. 수아가 펼치는 양자역학 논리는 현이와 수아가 처한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며 앞으로 두 소녀에게 벌어질 일을 예상하게 하고, 두 사람의 행동이 충분히 납득되도록 한다.
그러나 여기서 수아의 입으로만 과학적인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았다면 다 읽기를 포기하는 독자가 속출했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과학을 잘 모르는 현이의 입장에서 수아의 말을 듣는 형식을 취한다. 그럼으로써 수아의 주장과 근거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설득된 현이를 통해 ‘아, 정말 현이가 영영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문학적으로만 이 소설을 이해해도 충분하지만, 현이처럼 과학에 큰 관심이 없었던 독자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며 그 안에서 간략하게 소개된 물리학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또한 훌륭한 현상이며, 이 소설의 또 다른 바람이라 하겠다.
전에 없던 방법으로
독자의 공감을 사다
양자역학이라는 소재가 신의 한 수인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수아의 캐릭터에 있다. 몸이 사라지는 현상 때문에 늘 엄마의 통제 아래 살아왔던 현이는 엄마에게 외친다.
“수아는 자기가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