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들어가며 : 고통과 치유의 구심점 곁으로
1. 사건
비극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6,661명 학살을 일으킨 6가지 요인
2. 15엔 50전
15엔 50전
쓰보이 시게지의 증언
일본 안의 적, 파시즘
민족 대 민족이 아닌 가해자 대 피해자
서사시 정신과 국제 연대
망상과 기억 사이에서 우리는
3. 증언
맷돌질 하듯 뒤흔들었다, 학살을 기억하는 소설가 이기영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소학교 학생들의 증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잔인한 자경단이었나
나라시노 수용소, 김동환 서사시 『승천하는 청춘』
간토대지진과 미야자와 겐지 시 「종교풍의 사랑」, 「스바루」
간토대지진의 희생자, 자유정신 오스기 사카에
하나의 선택, 계급 운동
간토대지진 이후 한국 문학사
학살과 전쟁을 넘어선 사랑, 미우라 아야코 『총구』
드라마 ‘파친코’의 간토 조선인 학살
4. 진실
후세 다쓰지를 기억하는 일곱 가지 장면
비국민(非國民, 오에 겐자부로
불교의 상불경(常不輕, 오무라 마스오 교수와 세키 고젠 스님
삭제해도 피어나는 꽃, 미야카와 야스히코와 니시자키 마사오
희미한 빛, 사죄 운동을 행한 오야마 레이지 목사
5. 치유
두 나라의 민주 시민이 연대해야 한다
혐오에 대응한 ‘카운터스’ 운동
일본 정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쓰보이 시게지 長詩 「15엔 50전」 국내 초역 수록
왜 ‘15엔 50전’인가
쓰보이 시게지의 「15엔 50전」은 14연 204행으로 일본 시로서는 보기 드문 장시다. 시인은 자신이 직접 겪은 간토대지진 전후 상황을 서사시 정신으로 담담히 그려냄으로써 당시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간토대지진은 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이라는 인재가 더해져 간토대진재라고도 한다. 1923년 9월 1일 지진이 일어난 후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불안에 떨던 일본인들이 9월 1일 밤부터 6일까지 6,000여 명의 조선인을 학살했다.
-십오엔 오십전(十五円 五十錢이라고 해봐!
손짓당한 그 남자는
군인의 질문이 너무도 갑작스러워
그 의미를 그대로 알아듣지 못해
잠깐, 멍하게 있었지만
곧 확실한 일본어로 대답했다
-쥬우고엔 고쥬센
-좋아!
칼을 총에 꽂은 병사가 사라진 뒤에
나는 옆에 남자의 얼굴을 곁눈질로 보면서
-쥬우고엔 고쥬센
쥬우고엔 고쥬센
이라고 몇 번씩이나 마음속으로 반복해보았다
그래서 그 질문의 의미를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아아, 젊은 그 시루시반탱[印絆夫]이 조선인이었다면
그래서 “쥬우고엔 고쥬센”을
“츄우코엔 코츄센”이라고 발음했더라면
그는 그곳에서 곧 끌어내려졌을 것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독자는 이 장시의 제목이 주는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15엔 50전’이라는 일본어 탁음을 발음할 수 없는 조선인을 골라내려는 ‘광기의 오락’이었음을.
일본 정부는 아직도 조선인 학살에 대하여 ‘유언비어에 의한’ 시민의 우발적인 폭동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쓰보이 시게지는 “유언비어의 발화지가 어디였는지”를 정확히 지적한다. 집단 광기의 발화지는 일본 경찰이며, 그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고 말이다. 이것이 이 시의 중요한 창작 동기임을 밝힌다.
김응교 저자는 독자에게 “「15엔 50전」을 읽고 일본인을 미워한다면, 그것은 가장 저급한 시 읽기” 라고 말한다. 시인은 사건을 민족 대 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