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1. 『하재일기』, 그리고 분원의 도자기 공인 지규식
『하재일기』, 조선 공인의 삶을 비추다
지규식의 삶터, 분원: 나라가 지정한 도자기 생산소
지규식의 직업, 공인: 공용 물품 납품업자
2. 분원마을과 이웃 마을을 오가며 일을 보다
분원과 밀착된 삶
이웃 마을을 빈번히 오가다
경기·강원도 여러 고을과의 관계
3. 서울을 오가며 일을 보다
궁궐과 관청에 도자기를 납품하며
서울 도자기 상인들과의 관계
숙소와 뚝섬나루를 거점으로
4. 개인 지규식의 경제활동
일상에서의 소비활동
물가 변동과 품삯
계모임과 경조사 부조금
5. 조선 최후의 공인 지규식의 굴곡진 삶
주석
참고문헌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 기록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상인이 남긴 일기도 있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이 남긴 마을의 이야기도 있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의 변두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어느 공인의 이야기이다. 공인은 국가에서 지정한 납품업자로 일반적인 상인과는 계층부터 활동까지 조금 달랐다. 그러나 조선시대 상인 계층에 대한 기록이 거의 드문 실정에서 조선 최후의 공인이었던 지규식이라는 인물이 남긴 『하재일기』는 우리에게 조선시대 상인 계층에 대한 편린을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당시의 일기가 대체로 그렇듯 『하재일기』도 개인의 일상 기록이자 업무일지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는 이 일기를 통해서 개인으로서 지규식의 삶뿐만 아니라 공인으로서 지규식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지규식은, 나아가 조선의 상인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갔을까? ‘사농공상’이라고 하여 조선 사회의 말단을 이루던 상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변두리에서의 삶이었을 것이고 그들의 업무에는 고충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규식은 공인으로서 때로는 조정의 관료들과 소통하면서, 또 때로는 시전의 상인이나 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