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엔 친절한 사람들이 아주 많고, 우리 방에서는 새 수건 냄새가 나요
아빠도 같이 가면 좋았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나, 엄마, 길쭉이 셋만의 여행이다. 길쭉이는 내 기억이 닿는 모든 순간을 나와 함께했던 유일하고 애틋한 존재다. 공항 출발장의 저마다 분주한 사람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몽실몽실 흐르는 구름을 지나고 얼마간 더 달리면 어느새 마음에 꼭 드는 바다가 펼쳐진다. 서둘러 호텔에 짐을 풀고 물안경을 챙겨서 바닷가로 달려가지만, 백 번쯤 다이빙을 하면서도 젖을까 봐 방에 두고 온 길쭉이 생각이 어룽거린다. 저녁놀을 보는 것도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기로 한 엄마와 나. 그런데 방 안에 길쭉이가 없다. 침대에도, 금고에도, 가방에도, 아무 데도 길쭉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나는 점점 눈물이 차오른다.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기분이 이상하다. 길쭉이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한 조각의 마음을 놓아두고 온 그곳으로 우리를 다시 한번 데려다줄 이야기
후다닥 바닷가로 달려간 엄마와 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독자는 서로 엇갈리며 진행되는 길쭉이의 스토리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같이 바닷가로 나가는 줄 알고 조금 설렜던 길쭉이가 이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을 때, 방문이 다시 열리고 위이이잉 푸르릅 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거품 속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길쭉이의 아슬아슬한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부드럽게 번지는 오일의 질감과 순간순간 전부 다른 여름의 물빛으로 그득 채워진 이 흥미로운 모험은 어느새 우리를 우리 자신의 여행지 한가운데로 데려다놓는다. 앞으로 내내 그리워할 것을 미리 알았던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방향으로 흐르는 삶 속에서 유난히 뭉클하게 남은 한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덜너덜해지도록 사랑하세요!
『여름이 오기 전에』는 그동안 여러 분야의 어린이책에 개성적인 그림을 그려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