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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적막에 귀 기울일 때 - 안드리 바친스키
저자 안드리 바친스키
출판사 씨드북
출판일 2023-08-17
정가 14,000원
ISBN 9791160515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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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절망에 저항하는 소년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다
2015 BBC 올해의 책 심사위원 스비틀라나 피르칼로는 『적막에 귀 기울일 때』를 “우크라이나어로 쓰인 『올리버 트위스트』”라고 평했다. 그만큼 주인공 세르히는 우리가 평소에 겪지 못할 여러 풍파에 부딪힌다. 작가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 끊임없이 휘말리는 우크라이나 청소년을 주인공 삼기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말의 정수를 보여 준다. 많지 않은 지면이 사건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사건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친다.
핍진한 배경 묘사 덕에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실제 우크라이나의 곳곳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르비우의 기차역에서는 악덕 경찰 ‘코쿠덕’이 상주하는 경찰서나, ‘싸움닭 상카’가 아이들을 가둔 지하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개성이 듬뿍 담긴 인물들은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다. 특히 누구도 불쌍한 희생자로 묘사되지 않고, 그 자체로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하나의 인물로서 제시된다는 점이 감명 깊다.
주인공인 세르히는 한순간에 농인의 세계와 고아의 세계, 그 교집합에 놓였다.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고 가장 자신 있던 피아노 연주도 할 수 없게 된 데다 그 고민을 나눌 가족도 더 이상 세상에 없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세르히는 한 줄기 희망을 놓치지 않고 응시한다. 책은 그런 소년의 내면을 세심히 드러내면서도 독자를 그의 삶 속으로 설득력 있게 끌어들인다. 그로써 독자는 세르히가 되어 그의 눈으로 새로이 마주한 세계를 관찰하고, 그와 함께 비극을 경험하고, 좌절과 희망을 느낀다. 그리고 부조리에 저항하며 새로운 것들을 익혀 나가고, 종국에는 함께 성장한다.

아이 하나를 구하는 일은 온 우주를 구하는 일과 같다
작가는 실제로 어릴 때 두 군데의 청각 장애인 전용 기숙 학교가 있는 마을에 살았고, 그때 목격한 현실을 소설 속에 녹여 냈다. 아내를 살해한 범죄자를 조기 출소시키고 그 밑으로 어린 딸을 다시 돌려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