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어두운 이면
가짜 뉴스는 우리 시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역사상으로도 권력층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진실을 숨긴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권력자들은 대중을 속이기 위해 숫자를 조작하고, 이러한 조작을 위해 수학자로부터 도움을 구했다. 그리고 숫자는 여전히 조작되고 있다.
산술이라는 무기는 양날의 검이다. 거짓된 계산으로 시민을 속이면 시민은 비인간화되어 일련의 숫자와 그래프의 점으로 전락한다. 가령 19세기에는 아돌프 케틀레로부터 평균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평균인은 완벽하게 예측 가능한 행동을 가진, 형식화된 존재였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표준이 정의되었고 표준에서 빗나간 사람들은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초, 저명한 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과 칼 피어슨은 지능이나 정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청산하자는 우생학을 지지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우생학은 미국으로 건너가 법마저 장악했다. 우생학을 기반으로 한 단종법이 1907년 인디애나 주에서 제정된 이후로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갔고, 많은 나라에서도 법률로 채택되었다.
20세기 말에도 거의 나아진 것이 없었다. 알고리즘은 대중의 생활 패턴을 추적하고 분류한 후, 삶을 지배하고 소득을 규제하며, 때로는 심지어 욕망을 드러내기도 전에 그 욕망을 포착할 준비를 했다. 숙련된 알고리즘은 이름이나 우편 번호를 기준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사람과 갚지 못할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비밀리에 분류했다. 하지만 정부나 거대 기업이 손에 쥐고 있는 이런 알고리즘은, 그 기준에 따라 불평등을 확대하고 차별을 허용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전 월스트리트 분석가 캐시 오닐은 알고리즘을 대량 살상 무기와 유사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숫자들
우리는 이 책에서 통계와 숫자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 숫자는 실수로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되어 결과를 왜곡시킨다. 정치인들은 다양한 투표 방식을 악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선거를 조작할 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