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1. 지각과 의식
2. 등산로 초입
3. 빛의 촉각
4. 경쾌한 정령들
5. 개구리 눈이 원숭이 뇌에 말하는 것
6. 맹시
7. 보이지 않는 시각
8. 어두운 밤, 붉은 하늘빛
9. 타고난 심리학자
10. 감각의 흔적을 찾아서
11. 지각의 진화
12. 우리가 걸어온 길
13. 현상적 자아
14. 이론적 오해들
15. 존재의 시작: 신체감각과 지각
16. 끝없이 이어지는 지각?
17. 현황 조사
18. 따뜻해지다
19. 검증 또 검증
20. 퀄리아 애호가
21. 행동 속의 자아
22. 현황 평가
23. 신의 기계, 마키나 엑스 데오
24. 윤리적 명령
감사의 말
참고 문헌과 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나는 (현상적으로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매혹적인 연구 분야, 의식
의식 연구의 권위자 니컬러스 험프리가 펼쳐 보이는
인간의 지각과 자아의 진화, 그 경이로운 세계
노벨상을 받고 더 이상 쟁취할 것이 없는 과학자는 흔히 두 길 중 하나를 택한다. 하나는 세계 평화와 기후 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의식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만큼 의식 연구는 오늘날 가장 뜨겁고 흥미로운 연구 주제 중 하나다. 나는 누구이며,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명쾌한 이론은 없지만 고군분투하는 학자는 많다. 신경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는 그중 가장 대표적이고 선구적인 학자다. 젊은 시절부터 의식 연구에 깊이 몰두해서 시각피질을 제거한 원숭이에서 ‘보이지 않는 시각’인 ‘맹시(blindsight’를 발견할 때도, 르완다에서 고릴라를 연구하며 지능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도 의식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신작 『센티언스(Sentience』에서 험프리는 일생에 걸친 의식 연구 여정을 펼쳐 보인다. 어려운 주제지만 시작은 유머러스하다. 괴짜 신비주의자를 만나서 인간의 의식이 얼마나 엉뚱할 수 있는지 깨달았던 이야기나, 설익은 연구를 학회에 발표했다가 비판받은 이야기는 마치 가벼운 과학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일화야말로 의식 연구가 얼마나 까다로운 것인지를 방증한다.
이야기는 점차 깊어져서, 험프리는 자신의 분야인 과학과 심리학은 물론 철학과 문학, 예술을 넘나들며 의식과 지각, 감각을 정의하고 그 특징을 분석하며 차차 의식의 기원을 추적해 간다. 의식을 ‘현상적 의식(phenomenal consciousness’으로, 감각 또한 다시 ‘현상적 감각(phenomenal sensation’으로 구체화하며, 감각과 인식을 서로 분리된 개념으로 다룬다. 즉 감각 없는 인식, 인식 없는 감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