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어린이의 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야기
동민이는 조용한 성격에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다. 겁이 많아서 엉뚱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고, 숙제도 깜빡하는 일이 없다. 어느 날 동민이는 같은 반 친구인 경수가 울타리 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동민이의 동경과 걱정 섞인 시선을 오해한 경수는 선생님께 울타리를 넘었다고 고자질한 사람이 동민일 것이라 확신하며, ‘나중에 보자!’라고 한 방 먹이는 시늉을 한다. 동민이는 그날부터 경수를 크게 의식하며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작가는 소심하고 겁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말을 삼키고 숨어 버리는 아이들이야말로 속에 할 말을 가득 품고 있다. 일기 검사 받기 싫은 마음을 차마 말로써 표출하지 못 하고, ‘너무너무 속상할 때는 높은 건물에 올라가서 꽤액 소리 지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동민이의 마음. 엄마가 일기를 훔쳐보거나 선생님이 검사하지 않았으면 하는 심리를 ‘일기장에 한 가지 장치를 하고 싶다. 바로 용수철이 달린 주먹이다. 용수철이 달린 눈알도 괜찮을 것 같다. 일기장을 펼치는 순간 튀어나오게.’ 라고 표현하는 등 일기에 얽힌 고민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묘사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은 아이가 어른의 사정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서 모든 것을 듣고, 꿰고 있다. 작가는 어른의 사정과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며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걱정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다
본래 일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로 쓰기 시작하지만, 누군가 검사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한 내 심정을 쓰기 어렵다. 게다가 엄마랑 아빠가 싸운 일, 엄마가 울었던 일, 집이 가난해질지도 모르는 일들은 숨기고 고쳐야 한다고 한다. 동민이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써내다가, 결국 일기를 제출하지 않고 벌 받기를 선택한다. 그런 동민이에게 같은 반 친구 수연이 조언을 해 준다. 일기장을 두 개 만들어서, 나만 아는 것과 검사받는 것을 따로 두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