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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돌글랑 불턱의 아이들 - 햇살어린이 96
저자 김현주
출판사 현북스
출판일 2023-12-22
정가 15,000원
ISBN 979115741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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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은 돌을 쌓는 아이들
2. 숙대낭 그 집
3.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지요
4. 희한한 소독약과 그날
5. 첫 숨비소리가 터지다
6. 올가미에 걸려드는 해녀들
7. 보이지 않는 약속이라도
8. 동백꽃 돌킹이
9. 황금 빗창
10. 곱을락 곱을락(숨바꼭질
11. 땅이 쿵, 바다가 출렁!
12. 소녀의 기도
<책 속에서>

10-13쪽
“불턱을 만들자고? 있는 거 쓰면 되는데?”
문이가 뭐하게 돌담을 쌓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며칠 전부터 물질(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돌킹이가 문이와 마주친 눈에 힘을 주었다.
“우리 불턱 있으면 좋잖아!”
(중략
돌킹이는 지난해 셋째 언니마저 시집을 가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어 물질을 미룰 처지가 아니었다. 부쩍 두통이 심해진 엄마가 벽에다 머리를 퉁퉁 쳐 대는 모습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자신이 물질을 하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돌킹이는 며칠 전부터 얕은 바다에 얼굴을 넣어 숨 참는 연습을 했다. 갯가에서 걸음마를 떼고 바닷가가 놀이터 인 양 자랐지만 깊은 바닷물은 깜깜한 밤처럼 무서웠다. 돌킹이는 불턱을 핑계로 돌을 하나하나 쌓으며 두려움을 떨치고 싶었다.

56-57쪽
“엄마, 왜 그래. 눈 떠 봐. 돌킹이 좀 봐!”
돌킹이가 축 늘어진 엄마를 흔들었다. 해녀들이 엄마 가슴을 번갈아 압박하며 눌렀다. 푸르죽죽한 엄마 입술 사이로 바닷물이 꿀럭꿀럭 흘러 나왔다. 돌킹이가 푸후, 숨을 내쉬는 엄마를 끌어안으며 무섭다고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돌킹이는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디 있어요?” 라고 두리번거렸다. 그제야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아버지를 찾았지만 소용없었다. 해녀들은 말없이 노를 저어 하도리로 돌아왔다.

102-103쪽
“은세야, 난 물숨이 조금씩 길어지면 여기 하도리 바다뿐 아니라 저기, 저 먼 바다로도 갈 거야.”
돌킹이가 팔을 뻗어 바다를 가리켰다.
“그쪽은 일본 바다, 더 너머엔 태평양. 거기를?”
“난 일본 앞바다에도 가고 그 너머 더 멀리에도 갈 거야. 차근차근 물질 실력을 키워 아무도 가 보지 않은 너른 바다로 가서 지나가는 배들이 볼 수 있게 ‘조선 해녀 돌킹이’라고 쓴 돛을 높이 올릴 거다.”
“조선 해녀 돌킹이라고?”
“응. 조선의 제주도에는 물질하는 해녀들이 있고, 조선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숨을 꾹꾹 참으면서 온갖